▲ 이정호 ubc울산방송 PD

코로나19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던 작년 연말 ‘식탁위의 정원, 키친가든’다큐멘터리 제작을 어렵게 마쳤다. 출연섭외도 해외촬영도 쉽지 않았고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았지만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키친가든을 통해 위로받는 사람들이 있어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키친가든은 우리말로 ‘텃밭정원’ 또는 ‘채소정원’으로 번역되곤 한다. 쉽게 말해 텃밭에서 나오는 수확의 기쁨으로 가드닝(정원garden을 가꾸는 일련의 모든 행동)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정원의 한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유럽엔 중세시대에 조성되어 아름다운 조형미를 뽐내는 키친가든이 곳곳에 남아있다. 프로그램에서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Chateau de Versailles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빌렁드리성Chateau de Villandry의 키친가든이 대표적인 중세유럽풍의 키친가든으로 소개 되었다.

우리에게 아름다운 정원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베르사이유궁전에는 태양왕 루이14세가 사랑한 키친가든(Le Potager du Roi)을 조성한 정원사 라 캉티니(1626~1688)의 동상이 자리잡고 있다.

매년 10월에는 키친가든의 날 행사도 열려 궁전에서 재배된 채소들을 판매하고 키친 가드닝 기법도 서로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아름다운 빌렁드리성에도 중세의 키친가든이 복원되어 매년 많은 관광객들중세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한다.

이처럼 키친가든은 근현대에 조성된 정원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정원의 한 유형으로 자리 잡아 왔음을 알 수 있다.

세계 여러곳에서 키친가든을 통해 직접 재배한 건강한 먹거리로 코로나로 힘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국내의 아름다운 키친가든을 주로 소개하였지만 아파트 베란다 한구석에 정성들여 만든 텃밭정원만으로도 한 가족이 먹고 즐기기에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한 출연자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밭을 세상에서 제일 예쁜 꽃밭으로 만들어 일로 지치고 힘든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 있었다.

‘꽃밭에서’라는 노랫말처럼 우리네 밭도 단순히 밭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라 그 옆에 꽃도 심고 과실수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던 아름다운 꽃밭이었는데 지금은 생산적인 기능만 삭막하게 남아 버린 게 못내 아쉬웠다고 한다.

건축가인 출연자는 아버지가 물려주신 밭 위에 오랜 세월 키친가든을 조성하였고 이 곳은 사람들에게 개방되어 코로나로 지친 사람들에게 조용한 쉼터가 되었다.

일반 관상정원이 개인의 힐링, 사색의 공간에 머문다면 텃밭정원은 다양한 가드닝 활동을 넘어 수확물을 이웃과 나누면서 마을의 풍경까지도 변화시킨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조성된 키친가든을 통해 아이들과 엄마들의 입맛까지도 건강하게 바꿔놓았다. 들어가서 밟으면 안되는 밭에서 마음껏 뛰어 놀아도 되는 키친가든은 아이들의 즐거운 놀이터가 된다.

귀농한 도시청년들은 텃밭정원에서 서투른 농부가 아닌 가드닝을 통해 즐거운 정원사 되어 작물을 배우고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키운 작물들을 가공하여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초기 귀농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과 활로를 모색하기도 한다.

은퇴한 부부는 상추를 직접 키워서 삼겹살을 싸먹는 도시인들의 로망을 실현하고 언택트 시대에 정원의 소소한 일상을 SNS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었다.

울산은 순천에 이어 제2의 국가정원도시로 선정되었다. 거대한 태화강 대공원은 말 그대로 공공정원 즉 공원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이 곳에서 정원학교를 열고 시민정원사들을 양성하고 마을정원, 골목정원 조성에도 시민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정에서 주거환경에 맞는 정원을 가꾸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 중에서 정원 일의 즐거움을 누리면서도 건강한 먹거리를 수확하고 나누는 즐거움이 있는 텃밭정원에 관심을 가져볼 것을 제안한다.

이정호 ubc울산방송 PD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