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행복한 울산 보육환경 만들자-(상)울산 아동학대 현실과 문제점

▲ 울산시 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CCTV 캡쳐 화면. 보육교사가 아동의 허벅지를 발로 꾹 밟고 있는 모습.

지난해 11월19일, 제13회 ‘아동학대 예방의 날’. 울산 남구 롯데백화점 광장에 모여든 100여명의 학부모들 손에는 촛불과 피켓이 들려있었다.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꽃으로도 때리지마라’ 쌀쌀한 겨울 날씨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은 한목소리로 아동학대 근절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울산에서는 2020년 한 해 동안 총 6건의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학부모들의 제보 등을 통해 알려졌다. 학대받은 아동의 학부모들이 확보해서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본 학부모들의 충격은 컸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울산의 허술하고 부실했던 아동학대 예방 대책과 지원대책의 면면도 함께 드러나 공분을 샀다.

본보는 울산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실태, 원인 분석과 함께 학부모·아동·보육교사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안전하고 행복한 보육환경 조성 방안을 짚어본다.

지난해 울산지역 어린이집서 아동학대사건 6건 발생
친부모·보육교사·교원의 아동 학대행위 꾸준히 증가
지자체 예산·인력난 사후대처·재발방지 대책도 미흡
울산지역 학부모 촛불집회 아동학대 근절 관심 호소

 

◇아동학대 증가세에 보육교사·교원 학대도 꾸준해

“CCTV를 보는 순간 ‘아, 내 새끼 참 불쌍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번쩍 들려서 내던져진 아이는 CCTV 사각지대로 끌려나갔다.”

지난해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카메라와 취재진 앞에 선 A군의 부모는 결국 고개를 떨어트리고 눈물을 보였다. A군은 지난해 10월 울산 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아동이다. 처음 이 사건이 알려질 때만 해도 원생이 밥을 잘 먹지 못하면 음식물을 삼킬 때까지 발로 원생 발등을 짓누르거나 꼬집었다는 정도의 사실만 알려졌다. 그러나 이후 학부모들이 CCTV를 추가로 확인하자 수많은 다른 학대 정황이 드러났다.

공개된 CCTV 영상을 보면 보육교사 A씨는 불과 6세에 불과한 아이의 뒷덜미를 잡아채 번쩍 들어올렸다가 바닥에 내던졌다. 또 책상에 부딪힌 아이가 아파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끌고 나가는 장면도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월 중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4세 여자아이가 점심시간에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숟가락으로 머리를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 보육교사는 다른 4세 남자아이가 낮잠 시간에 잠을 자지 않자 아이를 혼자 복도로 내보내고는 방치해둔 것이 마찬가지로 CCTV를 통해 확인됐다.

중구의 어린이집에서는 지난 2019년 12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어린이집 교사가 아동을 향해 상자를 집어던지고 아동의 바지를 벗겨 얼굴에 팽개치는 등 42차례의 학대가 발생했다.

▲ 울산시 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사건 CCTV 캡쳐 화면. 보육교사가 아동을 번쩍 들어 내던지는 동안 주변의 다른 아이들이 친구가 학대당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울산의 아동학대 신고는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580건이었던 아동학대 신고는 2020년 650건으로 증가했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울산 아동학대 신고 현황(아동보호전문기관 접수) 역시 2017년 864건에서 2019년 913건으로 증가세다.

일반적으로 아동학대 행위자 대부분은 친부모이다. 그러나 보육교사나 교원에 의한 아동학대 행위도 줄어들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공개한 아동학대 행위자 현황을 살펴보면 2016년 12명, 2017년 17명, 2018년 13명, 2019년 9명, 2020년 14명의 보육교사들이 아동학대 행위자로 확인됐다. 초·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교원의 아동학대도 늘어나고 있다.

◇아동학대 대응능력 하위권 울산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늘어나고 있지만 이번 아동학대 사건들을 통해 드러난 울산의 아동학대 대응 능력은 안타까운 수준이다.

동구의 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아동 부모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자체에 피해아동 심리상담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예산과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제대로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이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을 담당하던 공무원은 1명 뿐으로, 업무 과중으로 결국 휴직을 해 중간에 교체되기도 했다. 중구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피해아동 부모들 역시 지자체가 아동학대 사건을 인지한 뒤에도 제대로 된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후에 심리상담 등 피해자에 대한 사후조치를 받기는 했으나 이는 사건 발생 반 년 뒤에야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각 지자체들이 실시하는 아동학대 예방교육 및 관련 사업의 실효성도 도마에 올랐다. 아동학대 가해자로 지목된 보육교사들은 모두가 아동학대 예방 교육을 이수한 상태였다. 일부 지자체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열린어린이집’을 선정했는데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던 어린이집도 지난 2019년 선정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6건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하자 지난해 11월 송철호 울산시장은 피해 학부모들과 면담을 가졌다. 이후 울산시는 어린이집연합회 측과 아동학대 추가 예방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아동학대 예방대책이 어떻게 추진되고 있고, 또 실효성이 있냐는 질문엔 “보도자료에 나온대로 교육 등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자세한 건 어린이집연합회에서 추진중이니 그쪽으로 문의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울산시 차원의 아동학대 예방대책 마련이 진행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울산 학대예방경찰관이 담당하는 아동수도 2020년 10월 기준 경찰관 1인당 9850명에 달한다. 전국 평균 6321명보다 3500명 가량이나 많다. 학대예방경찰관은 아동·노인학대·가정폭력의 예방과 수사 및 사후관리를 통한 재발방지, 피해자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아동학대 예방·대응이 지지부진하면서 피해아동 및 부모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한 아동학대 피해 아동의 부모는 “아동학대 사건 이후 아이가 자신이 당했던 피해를 아빠나 동생 등에게 그대로 행하는 것을 보면 상처가 얼마나 클까 싶어 가슴이 찢어진다”면서 “지자체에만 맡겨선 해결이 안 된다고 느낀 피해아동 부모들이 직접 관련 법 공부를 하고 청원을 쓰고 촛불집회를 하며 뛰고 있다. 제발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아동학대 신고건수·사법처리 현황(건)
구 분 신고건수 송치건수
2016년 580 115
2017년 681 159
2018년 601 189
2019년 617 230
2020년 650 254

 

 

 아동학대 행위자 현황(명) (출처:울산지방경찰청) 
구 분 친부모 계·양부모 가족·친척 보육교사 교원 기타
2016년 101  6 0 12 0  5
2017년 143  6 7 17 3 11
2018년 159  8 7 13 5 21
2019년 182  7 7  9 8 40
2020년 218 13 5 14 8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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