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원장

독일 동부에 위치한 도시인 드레스덴은 기계, 화학 등에서 세계적인 산업 클러스터 도시이다.

인구 60만 내외인 이 도시에는 드레스덴 공대를 포함해 5개의 종합대학이 소재하고 있다.

이들 대학에서 배출한 기술연구인력들이 드레스덴의 산업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한 이스라엘의 대표적인 산업도시인 텔아비브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등 많은 글로벌 기업의 R&D센터가 모여있다. 이는 텔아비브 공대 등에서 배출한 우수한 기술연구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세계적인 산업도시 주변에는 좋은 공과대학들이 많이 위치하고 있다. 산업도시의 역동성은 풍부한 기술연구인력, 이들의 치열한 경쟁, 그리고 아이디어의 다양성에서 나오는 것이다.

최근 울산의 산업은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위축되고 있다. 울산 산업이 위축되는 직접적인 원인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조선 산업의 침체에 있다. 그러나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주력산업이 고부가가치화하는데 기술연구인력을 얼마만큼 원활하게 공급해 왔는지 반문해 봐야 한다. 이들 주력산업은 글로벌 경쟁에 살아남기 위해 전기/수소차, 자율운항선박 등 친환경과 자율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울산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해상풍력, 수소 등 신에너지 산업을 육성하는데도 무엇보다 우수한 인력이 필요하다.

최근 울산의 기술인력 공급상황을 보면 이러한 산업발전을 뒷받침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울산의 고등학교 졸업생 중 타 지역 대학으로 진학하는 이탈율은 62%에 이르러 많은 청년들이 대학진학을 위해 울산을 떠나고 있다. 전국 191개 일반대학 중 울산에 있는 4년제 대학은 UNIST와 울산대 2개로 고급인력배출에 있어 제주와 함께 전국최하위 수준이다. 또한 울산 인적자원개발위원회에 따르면 공학계열 취업대상자는 1500명 수준이나 인력수요는 2400명에 달한다고 한다. 매년 1000여명 정도 기술연구인력이 부족한데 이는 앞으로 울산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은 예외로 하더라도 중소기업에서는 기술연구인력 부족이 심각하여 부산, 경북, 경남 등 타 지역에서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으로 울산의 주력산업은 현재 4차 산업혁명과 AI(인공지능)라는 큰 물결을 맞이하고 있다. 최근 울산지역에 제조공정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트윈 등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앞으로 주력산업에 IT 또는 AI를 적용할 수 있는 많은 기술연구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지역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과거에는 공장을 짓고 생산만 하면 되었지만 이제는 지역 내 우수한 기술연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울산 산업이 현재 침체를 딛고 한단계 점프를 하려면 우수한 공대를 유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미래 산업발전에 맞춰 AI에 특화된 공대를 유치하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 AI 전문가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공급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울산에서 AI 인력을 양성하여 지역주력산업을 고도화하고 동남권, 나아가 전국적으로 인력을 공급하면 도시의 위상도 올라갈 것이다.

울산 산업의 고도 성장기에 미래를 예측하여 추진했으면 좋았겠지만 지금이라도 늦지않다. 이제 산업의 부가가치는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서, 물적자본보다 인적자본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차동형 울산테크노파크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