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알프스가 산악인들로부터 조용하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올 한해동안 영남알프스의 9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사람들에게 은화를 증정하는 울주군의 이벤트가 등산객들의 호기심에 불을 붙인 것이다. 10년간 연속 9봉 완등을 하면 금화를 제공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큰 예산 들이지 않고 톡톡한 홍보 효과를 거둔 참신한 관광사업 아이디어다.

은화를 증정하는 것은 올해부터이지만 ‘완등인증제’는 지난해 8월 시작됐다. 9개 봉우리 정상에서 찍은 인증 사진을 제출하면 기념메달과 인증서를 주고 있다. 지난 한해 이 인증서를 받은 사람이 1만653명에 달한다. 도전자는 2만1867명에 이른다. 70%가 울산 외 지역민이다. 기념 메달에서 은화로 바뀐 올해는 참여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에선 벌써 인증서를 자랑하거나 ‘함께 9봉을 오르자’는 제안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영남알프스는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 재약산, 천황산,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고헌산, 운문산, 문복산 등 9개의 봉우리를 합쳐 부르는 별칭이다. 이 가운데 7개의 봉우리가 울산에 자리하고 있다. 한때 ‘울주 7봉’이라 부르며 대대적으로 관광홍보를 시작했다가 산자락을 함께 나누고 있는 인근 지역의 반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번엔 영남알프스라는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경북 경주시와 청도군, 경남 밀양시와 양산시 등 인근 도시들과도 협약을 맺었다. 영남알프스가 울주군 것인양 왜곡하는 인상을 지운 것이나, 이미 확정되다시피한 영남알프스라는 명칭을 도외시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한 것은 잘한 일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70% 가까이가 산지이지만 1000m를 넘는 높은 산은 많지 않다. 영남알프스는 각기 다른 이름을 가진 9개의 봉우리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다 각각 비경도 간직하고 있어 산악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완등 메달뿐 아니라 우리나라 산악인들이 주인공이 되는 진정성 있는 소소한 이벤트들을 개발해 ‘영남알프스 산악 축제’를 열어도 좋을 것이다. 거창하게 떠벌리고 있는 울주산악영화제도 규모를 줄여 축제의 일부가 되도록 하면 오히려 실속 있는 행사가 될 수 있다. 울주산악영화제가 벤치마킹한 캐나다 록키산맥의 밴프영화제도 산악인들이 만들어가는 다양한 문화사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1년간의 은화증정 이벤트에는 불과 6억5000만원의 예산이 든다. 적은 예산으로 한해동안 최소한 1만명이 영남알프스를 찾을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울산사람들에겐 지역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된다. 흔히 하는 말로 ‘가성비 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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