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지역 중소기업인 영종산업이 제기한 건축허가 거부처분 취소 소송1·2심에서 울산 울주군이 연달아 패소했다. 군은 대법원에 상고해 끝까지 법적 판단을 구한다는 계획이다. 또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할 경우 이번 재판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근거로, 영종산업의 건축허가 재신청을 거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이번 사건의 출발은 2015년이다. 당시 길천산단 2차 부지를 개발한 울산시는 분양률을 높이기 위해 ‘자동차 및 트레일러 제조업’ 등으로 한정된 입주업종을, 담배제조업 등 7개 제한업종 외 모든 업종에 입주를 확대했다. 아스콘 제조업은 제한 업종에 해당되지 않았고, 영종산업은 2016년 시로부터 부지를 매입했다.

이후 공장 신축이 추진되자 길천산단이 위치한 상북 주민들은 아스콘 공장의 유해성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군은 환경오염 우려 등을 이유로 영종산업이 제출한 건축허가를 거부했고, 2018년 4월부터 3년째 지루한 소송전이 이어지고 있다.

부지를 매각한 시는 영종산업 공장 신축을 위해 대체 부지를 알선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형국이다. 시는 미포국가산단 내 유휴 부지를 추천했고, 영종산업은 부지 매입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산단 개발계획 및 산단관리계획 변경이 지연돼 계약금만 날리고 포기했다. 시는 두서면 인근 산단을 재추천했지만 이번에는 영종산업이 난색을 표했다. 거래업체와의 거리가 멀어질 경우 운송료 상승으로 사업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인근 주민들의 예상되는 반발 역시 영종산업의 결심을 어렵게 했다.

이런 가운데 송철호 시장은 길천산단 내 아스콘 공장 입주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계속 내비치고 있다. 지난해 국감장에서, 또 상북 현장방문에서 시종일관 길천산단 입주 불가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이제는 현재 영종산업이 위치한 삼동면 주민들의 반발이 고조되고 있다. 공장 이전 약속을 믿고 수년을 기다렸는데, 자칫 갈 곳이 없어진 영종산업이 그대로 주저앉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영종산업이다. 영종산업은 부지를 매입한 뒤 대량의 기자재까지 구매했지만, 공장 신축이 지연되면서 매달 막대한 보관료를 물고 있다. 보관이 장기화되면서 쓰지도 않은 기자재들은 노화돼 수리비까지 들어간 상황이다. 이전이 지연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까지 고조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막다른 상황에 내몰렸다. 현재 위치에서 계속 운영을 할 수도, 기존 산단으로 이전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유일한 해법은 신규 산단 조성 부지에 입주하는 것 외에 생각하기 어렵다. 이는 일선 공무원이 아닌 최종 결정권자의 의지가 필요한 문제다.

영종산업 사태는 민선 6기 당시 촉발된 문제지만 행정의 연속성을 감안한다면 민선 7기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말로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책을 펼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궁지에 몰아넣는 이율배반적 행정이 계속된다면 행정의 신뢰도는 추락할 것이고, 실망한 기업들이 울산을 떠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도 없을 것이다. 공익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사태를 방관하지 말고, 행정을 믿었다가 낭패를 보는 업체가 생기지 않도록 결자해지 차원에서 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bong@ksilbo.co.kr.

이춘봉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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