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양극화의 늪, 공존의 길은 - (상)분배 악화에 저소득층 직격탄

▲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융자신청을 하려는 시민들이 울산신용보증재단 남울산지점 앞에 길게 줄지어 서 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경제 위기가 닥치면 저소득층이 더 큰 타격을 입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가뜩이나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양극화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경기 침체의 고통은 저숙련·저학력 취약계층에 집중되고 있고, 고용과 소비의 양극화로 빈부 격차는 더 커지면서 일명 경제의 ‘K자형 양극화’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본보는 두 차례에 걸쳐 신종코로나로 심화된 양극화의 실태를 점검하고 대책을 모색해 본다.

통계청 작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소득하위 20% 월소득 1.1% 감소
상위 20%는 오히려 2.9%나 증가
주력산업 부진에 고용 상황 악화
비정규직 늘고 정규직은 감소세
거리두기로 자영업 등 고전 지속
감염 우려 자원봉사자 절반 줄고
무료급식 중단 등 나눔활동 위축

◇고소득층·저소득층 소득 양극화 심화

통계청 ‘2020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 월평균 소득은 163만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반면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39만7000원으로 경기 악화 속에서도 2.9% 증가했다. 경기 침체 속에서 저소득층의 벌이는 줄어든 반면 고소득층의 수익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소득분배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역시 소득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배율이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이 심화됐다는 의미인데, 5분위 배율은 4.88로 지난해 같은 기간 4.66보다 0.22배 높아져 분배지표가 악화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임시·일용직과 음식·숙박업 등 취약계층 근로자가 많은 분야에 신종코로나 충격파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근로소득은 소득 상하위 계층 모두 감소했지만, 소득 상위 분위는 하위 분위보다 상대적으로 충격이 양호했다. 1분위의 근로소득 감소폭은 -10.7%에 달했지만, 5분위는 -0.6%에 그쳤다. 반면 소득 상위 분위는 사업소득이나 이전소득이 늘어나면서 총소득은 오히려 증가해 소득 양극화가 심화됐다.

◇저소득 중심 일자리 급감

지난해 울산지역 경제는 3대 주력 산업이 신종코로나 여파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활로를 찾지 못했다. 정유업계는 수조원대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고, 자동차와 조선업종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주력 산업의 부진 때문에 고용 시장은 1년 내내 얼어붙었다. 지난해 1~10월 울산 평균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9300명 감소한 56만700명이었다. 이러한 일자리 감소는 저소득층에게 직격탄이 됐다.

고용 불안으로 취업시간도 크게 줄었다. 동남지방통계청 ‘2020년 11월 울산시 고용동향’에 따르면 비정규직이 많은 36시간 미만 취업자수는 지난 2019년 동기 대비 1만7000명(18%) 증가한 10만9000명으로 나타난 반면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3만8000명(-7.9%) 감소한 44만1000명이었다.

일자리 증가로 새롭게 만들어진 일자리나 이직자 발생으로 한 달 이내 채용 예정인 일자리 등을 뜻하는 빈 일자리는 2019년 9월 4160명에서 지난해 9월 1077명으로 무려 74.1%나 감소했다.

취업자 감소는 고용보험 수급자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 2019년 1년 간 고용보헙 수급 건수는 18만2495건에 2387억9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 1~11월 수급 건수는 21만6967건에 2957억원으로 12월 통계를 제외하고도 이미 2019년 수치를 넘어섰다. 지난해 최종 수급액은 3212억원으로 종전 최대였던 2019년 2387억을 25.6%나 초과했다.

울산고용노동지청 관계자는 “고용보험 수급 신청은 2018년 조선업 불황 이후 증가했다가 2019년 잠시 주춤했는데, 지난해 신종코로나 여파로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며 “1년 중 수급 신청이 줄어드는 속칭 비수기가 있는데 지난해는 그런 게 없을 정도였고, 특히 신규 수급자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 울산시 남구 무거동 울산대학교 앞 상가거리에 권리금 없이 임대를 내건 점포가 곳곳에 등장했다. 경상일보 자료사진

◇무너지는 자영업 생태계

소득 감소에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20’의 산업별 취업자 증감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도소매업, 음식숙박업,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는 모두 큰 폭으로 감소했다. IMF 당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은 줄어든 반면 교육서비스업은 큰 타격이 없었지만 올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학원 폐쇄가 잇따르면서 교육서비스업 취업자까지 급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최근 3년간 전국 소상공인 대출 현황을 보면, 2018년 2조575억원, 2019년 2조2045억원으로 2조원 초반대를 유지하던 대출총액은 지난해 4조5500억원으로 배 이상 늘었다. 이는 울산 역시 마찬가지였다.

울산신용보증재단의 연도별 보증 공급 현황을 보면 2018년 1만3236개 업체에 3121억원, 2019년 1만5142개 업체에 3611억원을 보증했지만, 지난해 2만6893개 업체에 6756억원을 보증해 2년 사이 배 이상 급증했다. 1년 거치 분할상환의 경우 올해부터 본격 상환에 들어가야 하지만, 현 상황상 상환이 쉽지 않아 거치 연장이 불가피하다.

◇비대면이 가져온 나눔활동 위축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구석구석 온정을 전달할 수 없다는 한계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특히 노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자원봉사와 복지 활동은 줄줄이 중단됐다.

자원봉사는 신종코로나 여파로 대면 활동이 크게 위축됐다. 행정안전부는 올해 자원봉사자 수가 작년 대비 약 53% 감소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기업 역시 봉사 프로그램을 크게 줄이면서 개인·기관할 것 없이 자원봉사 활동은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

울산시자원봉사센터는 자원봉사 위축으로 무료급식소 운영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관내 인가 무료급식소 49곳에서 하루 평균 200명분의 식사를 제공하는데, 대면 봉사 자제 요청에 따라 대부분 급식을 포기했다. 도시락을 배달하는 등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비대면 활동 당부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정보광 울산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자원봉사자 역시 신종코로나 감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활동을 꺼리고 있다”며 “‘방구석 챌린지’ 등 비대면 활동에 주력하고 있지만 어려운 이웃에게 따뜻한 밥 한끼 제공하는 것조차 어려워 힘든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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