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석현주 문화부 기자

“‘확진자 나왔어. 일단 알고만 있어’하는 건가요? 더이상 ‘안물안궁’인데요.”

“경로 숨기니깐 깜깜이 감염이 늘어나는거 아닐까요?”

“확진자 통계가 진실인지 의심스럽군요.”

“매일 같이 문자가 오니 마치 ‘단톡방’에 갇혀 있는 것 같아요.”

“쉽게 일하려고 하는 대표적인 모습이죠.”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긴급재난문자에 대한 불만 사항들이다.

재난문자가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스트레스와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난문자는 분명 시민을 위한 선의의 행정서비스임에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반갑지 않다.

특히 울산시는 오전 9시와 오후 2시·7시 하루 3차례에 걸쳐 지역 확진자를 취합해 문자로 정보를 전하고 있다. 문자에는 확진자 지역번호와 거주하는 구군에 대한 정보만 담겨 있다. 그런데 이 문자로 시민의 알권리를 얼마나 충족시키는 것인지 의문스럽다. 확진자가 몇번까지 나왔는지가 하루에 2~3번 문자를 전송할 만큼 중요한가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남구 모 식당을 방문했던 시민, ○○택시를 이용했던 승객은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는 재난문자는 경우가 다르다. 이 경우엔 반드시 재난문자를 통해 시급하게 검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하지만 ‘896번(동구) 확진자 발생. 역학조사 중’이라는 문자를 받은 시민 대부분은 ‘또 나왔네’하곤 휴대폰 화면을 닫을 것이다.

또 재난문자를 이용해 ‘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기본 방역 수칙에 대해 여러차례 안내하는 것도 불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오전엔 ‘대설로 교통혼잡이 예상된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도 했다. 서울이나 서해쪽과 달리 울산은 간혹 눈발이 흩날리긴 했으나, 교통혼잡을 유발할 만큼 대설은 아니었는데 중대본에서 한꺼번에 문자를 전송한 것이다. 눈을 기대하고 출근길에 오른 여러 직장인과 학생들의 실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파경보와 동파주의, 화재예방 등을 안내하기도 하고, 식사 전후 마스크 쓰기와 대화 자제 등 국민을 어린 아이 다루듯 다양한 문자들을 보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는 ‘안전재난문자 알람 끄는 법’이라는 글도 자주 목격된다. 국민신문고 민원게시판에도 남발되는 긴급재난 문자를 막아달라는 내용의 민원이 100건 이상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만약 안전재난문자 알람을 끈 상태에서 거주지 인근에서 대형화재나 지진, 산사태 등이 발생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 감염 우려와 장기간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이어 재난문자까지 국민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재난문자의 적정선을 지키고, 효율성을 높여 재난문자가 감염병 차단의 주요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석현주 문화부 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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