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코로나 현상에 집착할때
세계는 광속으로 변화하고 있어
올해 칼럼 변화라는 본질 담을것

▲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2021년 새해다. 코로나바이러스 1년. 그동안 많은 변화가 생겼다. 강화-완화를 오가는 5인이상 모임 금지, 9시 이후 영업 금지, 체육시설 운영제한 같은 갑갑한 상황. 하지만 어렴풋한 터널 끝이 보인다. 백신 접종이 지난해말 시작됐으니, 올해 코로나가 종식되거나, 적어도 종식의 원년이란 점은 분명하다.

여기 중요한 한가지를 짚고 싶다. Trans, 변화를 뜻하는 접두어. 이 단어는, 40년전쯤 가정용 전압이 110V에서 220V로 바뀌던 시절, 전 국민이 사용했던 변압기, 일어식 발음 ‘도란스’로 더 익숙하다. 이 단어 핵심은 변화라는 본질이다. 우리는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오직 코로나에만 정신을 쏟는다. 숲을 봐야 할 일도 많은데, 지나치게 나무만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상 초유의 제한이 맞다. 그러나 제한이라는 현상보다 그 현상이 만드는 변화가 훨씬 중요하다.

대면접촉 감소로 이동이 줄어드는 것, 화상회의 및 관련 프로그램 사용이 증가한 것까지는 현상이다. 폭증하는 데이터 사용량이 통신망 구축-개발을 촉진하고, 하드웨어-소프트웨어-보안솔루션 발전 속도의 무서운 비약, 산업과 인력수요의 급증은 변화다.

음식점은? 배달서비스 증가라는 현상만 보면 NO. 이용 시퀀스의 변화를 읽어야 한다. 여럿이 함께 식사하며 네트워킹하던 인기 식당이 곧 맛집인 시대는 갔다. 오롯이 개별 주문자의 입맛이 기준이 됐다. 발빠른 누군가는 배달에 적합한 메뉴를 개발하고, 아침-점심-저녁-야식까지 호·불호 빅데이터로 밤낮 없다. 장소 입지와 특별한 분위기, 인테리어가 중요했던 SNS, 인스타 맛집 마저 이젠 맛으로 승부하는 세상이다.

이동수단 변화는 더 드라마틱하다. 거리두기 조치로 대중교통 이용이 감소하고 자가용 같은 개별이동수단 이용증가 현상은 빙산의 일각이다. 모든 이동체가 퍼스널 세이프티(Personal Safty 개인방역안전)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게됐다. 대인 접촉 최소화를 위한 무인-자율주행 모빌리티는 물론이요, 집에서 목적지까지 불편함 없이 이동하는 심리스(Seamless) 서비스의 고도화나 로봇택시 운행도 초읽기다.

공간의 변화도 크다. 우리는 재택근무, 원격수업, 비대면 활동이 늘어나니, 주거공간 중요성을 체감하는 정도다. 그러나 인테리어 구조와 형태변화에 따라 관련 산업 움직임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다. 가전제품, 기구, 헬스케어 제품과 서비스까지 필자가 다 열거할 수 없을 만큼 급변 중이다.

패션도 팬데믹(Pandemic 대유행) 전후 추세 이상의 큰 변화가 지난해 많은 쇼를 통해 입증됐다. 음악과 미술에서는 표현이 더 디테일해지고 있다. 축제와 콘서트같은 공연 참여, 미술관 관람의 비대면 추세만 알고 있다면 당신의 ‘변화’ 감각은 0점.

우리가 ‘코로나’라는 현상에만 집착하고 있을 때,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오르락 내리락 확진자 숫자에 매몰되어 일희일비 말고 눈 크게 뜰 이유다. 몇달전, 유럽 어느 국영방송사에서 우리에겐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내놨다. ‘현재 무엇이 제일 걱정인가’에 대한 답을 나라별로 분류한 내용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확진자 숫자로 지옥같은 미국, 영국은 물론, 유럽 여러 국가에서 지구 온난화나 미-중 갈등, 사회 불평등, 북아프리카 난민, 북핵 이슈 등을 코로나보다 더 걱정이라 답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당연히 압도적 1위가 ‘코로나’였다.

이제 코로나 너머를 보면 좋겠다. 올 한 해 필자는 <정연우칼럼>에서 현상말고 변화라는 본질을 이야기할 것이다. 코로나는 곧 종식될 ‘현상’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에서, 패션에서는 벌써 2022년 봄여름 트렌드를 발표한다. 코로나 다음이 궁금하지 않나요? 그게 Trans, 변화다. 정연우 UNIST 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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