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부회장 파기환송심 후폭풍

‘징역 2년6개월 ’ 법정 구속

계열사별 각개전투 체제로

그룹 전체 동력저하 불가피

삼성주 하루만에 28조 증발

경제계 “한국 경제 악영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다시 수감되면서 ‘총수 부재’ 사태에 직면한 삼성이 3년만에 또다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구속 영장이 발부돼 집행됐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과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도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각각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에게 건넸다가 돌려받은 말 ‘라우싱’ 몰수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묵시적이나마 승계 작업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달라는 취지의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판시했다.

◇‘총수부재’ 위기의 삼성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 총수 중심 경영 체제에서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삼성그룹은 또다시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일단 삼성은 한 동안 계열사별 ‘각개전투’ 체제로 위기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핵심 측근인 정현호 사장이 이끄는 사업지원 TF가 총수 구속으로 어수선한 그룹 전반을 조율하는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과 재계에서는 컨트롤타워 조직도 없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되면서 그룹 전반에 걸친 핵심 사안을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일상적 경영은 CEO선에서 가능하지만, 대규모 투자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은 결국 총수의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이 부회장이 2017년 2월 구속되기 전까지 매주 열리던 그룹 사장단 회의는 구속 후 중단됐다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되기 3개월 전에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이후 현재까지 삼성은 굵직한 인수·합병(M&A)이 실종된 상태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고 이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총수로서 홀로서기, 미래 신사업 확대 등 ‘뉴삼성’으로 변화에 주력하던 중 구속되며 그룹 전체의 동력 저하는 불가피해 보인다.

게다가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삼성 핵심 임원들이 국정농단 사건에 더해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 노조 와해 의혹 사건 등으로 수년간 수사·재판을 거듭하고 일부는 구속돼 삼성은 치명상을 입게 됐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구속 소식에 삼성그룹주의 시가총액은 이날 하루 28조원이 증발했다. 삼성전자가 3.41% 하락한 것을 비롯해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삼성물산도 6.84% 급락했다. 삼성생명과 삼성SDI도 각각 4.96%, 4.21% 하락하는 등 삼성그룹주들이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그룹주의 시가총액은 803조5000억원에서 775조6000억원으로 약 28조원(3.48%) 감소했다.

◇경제계 “경제 악영향 불가피”

경제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법정구속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는 동시에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중추적 역할을 했던 삼성의 리더십 부재는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삼성의 경영공백 최소화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입장문에서 “삼성이 한국과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판결에 따른 경영활동 위축은 개별기업을 넘어 한국경제 전체에도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면서 “장기간의 리더십 부재가 신사업 진출과 빠른 의사결정을 지연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삼성그룹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한 것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기업이 경영 공백으로 사업 결정과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져 경제·산업 전반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도 “이번 판결이 삼성의 경영 차질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삼성의 신인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면서 “산업계가 힘을 모아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인 만큼 이번 판결로 인한 경제계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향후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 판결 이후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창식기자 goodgo@ksilbo.co.kr·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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