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울산 오지에서 도심 속으로, 위험성 여전

▲ 울산시 북구 시례동 성혜마을 전경.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의 한 가운데에 무허가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선 ‘시례공단’이 있다. 무허가 공장인 탓에 소방안전점검 등을 받지 않고 건물들도 노후화돼 불이 날 경우 대형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관할 지자체가 여러 차례 실태 조사와 양성화 등을 시도했으나 주민 반발 등으로 번번이 무산돼 수십년을 흘러오고 있다. 도심 속 오지, 시례공단의 현 실태와 양성화 대책은 없는지 등을 짚어본다.

최근 공장 화재 야산으로 번져
2년전 발생한 화재와 판박이
노후건물에 좁은길 진화 애로

1960년대 조성된 한센인 마을
180여 노후건물 난립 ‘화약고’
개발제한구역에도 행정 뒷짐

주민 반발로 실태조사 무산
인근 혁신도시·장현산단 등
도심화 진행속 대책마련 시급

◇2년만에 발생한 판박이 화재

지난 17일 오후 울산 북구 시례동에서 시작된 검은 연기가 강한 바람을 타고 울산 전역으로 퍼져나가 소방당국과 시민들을 긴장시켰다. 화재 현장과 인접한 지역 주민들은 “폭발음도 간간히 들렸다”며 불안해했다. 화재가 발생한 곳은 FRP(섬유강화플라스틱)를 이용해 농기구 부품을 제작하는 곳으로, 불길이 인접한 야산으로 번지기도 했다. 2년 전인 지난 2019년 1월에 발생한 시례공단 화재와 판박이였다는 설명이다.

시례동 인근에서는 거의 매년 크고 작은 화재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이곳 공장의 대부분이 노후화된 조립식 건물이거나 샌드위치 판넬 등으로 지어져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소방당국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우려가 크다.

관할 북부소방서는 공장 종사자 등과 간담회 등을 통해 화재 예방 등 안전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에 설립된 무허가 공장인 탓에 한계가 있다. 도로 폭이 좁고 경사도 높은 마을에 소방당국이 그나마 할 수 있는 건 소화전 설치 뿐이었다.

◇공단내 무허가 공장 180여곳 추정

북구에 따르면 시례공단 내 업체는 총 189곳으로 종사자는 450여명으로 추정된다. 이 중 한센인은 45명 정도로 파악됐다.

시례공단이 위치한 성혜마을은 지난 1960년대 정부가 추진한 한센인 집단이주 시책에 따라 조성된 전국 90여개 마을 중 하나다. 당시 정착한 한센인들은 이곳에서 돼지와 닭 등 가축을 기르며 생계를 이어왔고 정부는 축사 건축 비용 등을 지원했다고 한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가축 전염병과 축산업 불황 등으로 주민들은 어려움에 처했고 그 틈을 타 외지인들이 “축사 자리에 작은 공장을 짓게 해주면 임대료를 주겠다”고 제안해왔다. 이후 마을은 공장지대로 변했고 지난 30여년간 180여개 업체가 들어섰다.

성혜마을 일대는 지난 1973년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돼 개발행위 등이 불가능했는데도 행정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못했다.

지자체의 소극적 행정 탓에 40여년이 지난 현재 노후화된 공장들은 건축물대장에도 존재하지 않는, 언제 발생할 지 모르는 화재 등 취약사고에 노출된 채 운영되고 있다. 지난 2013년께 북구가 시례공단 양성화 등 실태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이마저도 주민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곳 주변에 울산혁신도시와 장현첨단산업단지 개발 등 최근 도심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이주 방안 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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