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 울산지역 유흥업주, 정부 영업금지 조치 반발 집단행동

▲ 울산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이 정부의 ‘집합금지’ 연장 및 방역수칙 형평성에 반발, 지난 18일부터 간판 점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

“암 치료비·통신요금도 연체
한 명 죽어야 끝나나” 반발
업주 100여명 울산시청 집결
송시장 면담 요구·대책 촉구

“이젠 생활비는 커녕 병원비도 못 내는 지경입니다. 이를 어쩌면 좋습니까? 그냥 죽으란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지난 18일 오후 7시 울산 동구 전하동의 한 유흥업소 밀집지역. 시계바늘이 오후 7시를 가리키자 어두컴컴한 거리에 일제히 간판 불이 켜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난 8월부터 불이 거의 켜질 날이 없던 골목이 환해지자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손님들이 의아함에 가게 밖으로 나와 기웃거릴 정도였다.

영하 2℃의 추운 날씨에도 두터운 패딩을 껴입은 유흥업소 업주들도 불이 켜진 거리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잘 살고 있어?”, “잘 살겠니? 죽지 못해 살지”와 같은 대화를 나누는 업주들은 번쩍이는 간판을 올려보다가 결국 고개를 돌렸다.

▲ 19일 100여명의 업주들이 울산시청을 방문해 송철호 울산시장과 면담 요구와 형평성 없는 유흥업소 등에 대한 집합금지 연장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한 업주는 지나가던 시민들이 자신의 목에 걸린 피켓에 발걸음을 멈추자 생전 처음 보는 시민에게까지 도와달라며 사연을 풀어놓기도 했다.

이날 동구 뿐만 아니라 남구, 중구 등 울산 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은 일제히 간판을 점등하고 간판 점등 시위를 펼쳤다.

정부가 18일부터 연장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방역수칙을 발표하면서 다중이용시설 중 일부에 대한 방역 조치를 완화했으나 유흥업소는 이번에도 완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울산지역 유흥주점 및 단란주점은 약 1580여개로, 유흥주점은 지난해 8월23일부터 9월12일까지 집합금지조치가 내려졌다. 이후에도 9월28일부터 10월4일까지, 12월8일부터 이달 30일까지 집합금지가 연장된 상태이다.

이날 취재진과 만난 유흥업소 업주 이모씨는 “누구 하나 죽어야 끝날 모양이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이씨는 “얼마나 억울하면 다들 거리로 쫓아나오겠냐. 정작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교회 같은 종교시설과 병원에서 대규모 발생하는데 자꾸 유흥업소만 집합금지를 시킨다”면서 “종교의 자유는 자유고 가게 영업의 자유는 자유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남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는 업주 김모씨는 항암치료를 위한 병원비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유흥업소가 집합금지 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수입이 뚝 끊긴 김씨는 통신비도 연체돼 잘못하면 휴대전화 마저 끊길 지경이다.

정모씨는 “차라리 광주처럼 과태료를 감수하고 영업재개를 하겠다고 버티면서 정부 지침에 항의하고 싶다. 근데 수입이 없어서 그 과태료 낼 돈조차 없다. 지금까지 유흥업소들 방역지침 잘 지킨 대가가 이거냐”고 토로했다.

업주들의 항의 시위는 다음날인 19일까지 이어졌다. 100여명이 넘는 울산 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은 19일 오후 2시께 송철호 시장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시청으로 집결했다.

시민홀에 모인 업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관련 부서의 과장 등이 현장을 찾았으나 업주들은 송철호 시장의 이름을 외치며 울산시의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한 업주는 “송 시장도 우리가 온다는 걸 알면서 어디를 갔냐? 울산시는 왜 아무것도 하지 않냐”면서 “울산은 유흥업소에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한 적 없으니 울산 집합금지 제한적 완화 등을 정부에 건의해달라”고 외쳤다.

울산시는 유흥업소 등 집합금지가 연장된 업종의 업주들을 위해 ‘2021년 소상공인 정책자금 운영’ 등의 다양한 방안을 발굴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앞서 지난 11일 집합금지업종 소상공인에 대한 임차료 융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융자 대상은 집합금지업종 소상공인으로, 업체당 1.9%의 고정금리로 1000만원까지 융자를 받을 수 있다.

한편 울산 지역 유흥업소 업주들은 유흥업소 등 집합금지업종에 대한 마땅한 지원방안이나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야간에도 불을 밝히는 점등시위를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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