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호근 울산시의회 의원

민선 7기 송철호 울산시장의 임기가 이제 1년 반이 채 남지 않았다.

취임 초부터 선거보은인사로 인한 논공행상에다가 시청을 점령한 이들 어공(어쩌다 공무원)과 늘공(늘 공무원)간 불협화음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그러다가 청와대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의혹으로 시청이 압수수색 당하고 시장과 전 경제부시장이 수사를 받는 등 온 나라를 들썩이게 했고, 아직도 법원의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3년 전 송 시장이 취임하면서 ‘시민과 함께 다시 뛰는 울산’을 시정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되돌아보면 시민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고 독단적으로 시정을 운영하고 있는 것 같아 참으로 우려스럽다.

다수의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사업이나 주요 정책결정사항은 입안단계에서부터 시민들에게 그 내용을 공개하고 필요시에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그런데도 시정에 큰 부담을 줄 대형사업(정책)을 추진하면서 공론화과정은커녕, 기 수렴된 의견마저도 묵살한 채 불통행정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옛 중부소방서 부지가 대표적인 독주와 불통행정의 전형이다. 옛 중부소방서 부지는 중구 원도심에 남은 유일한 유휴부지로, 젊음의 거리 상인회 등 대다수 중구민들은 오래전부터 광장조성 등 시민개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런데 송 시장은 중구민들의 소망을 묵살하고 해당 부지에 지식산업센터 등 12층 규모의 고층건물을 짓겠다면서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 도시의 백년대계를 수립할 때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뭔가에 쫓기듯 성급하고 독단적으로 결정 해 버리곤 한다. 지난해 12월 송 시장은 공론화 과정 등 아무런 여론수렴도 없이 독단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지지선언을 해버렸다. 가덕도 신공항은 결코 울산시민들에게 유리한 결정이 아니기에 하는 말이다. 당초에 거론된 밀양은 물론 세계적인 용역업체를 통해 결정된 김해공항에 비해 실질적인 거리가 더 멀다는 것이다.

또한, 석유화학공단과 삼산 시가지를 가로지르고 있는 야음근린공원은 공해차단녹지 역할을 톡톡히 하고있는데, 이 곳에다가 4300여가구의 임대주택 건립을 강행하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뒤늦게 공론화를 하겠다고 한다. 임대주택 건립계획을 이미 다 결정 해 놓고 공론화(갈등조정분석 용역)를 한다니 이 또한 어이가 없다.

태화강변 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도 시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기는 마찬가지다. 서민 주거복지 확대라는 명분만 앞세워 시민들의 공공자산인 도심 내 수변공간을 훼손하는 것은 물론이고 상습 정체구간인 국도 24호선 일원에 대규모 주거단지를 개발해 병목현상이 가중될 것이라는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

울산의 백년대계가 시장을 비롯한 몇몇 인사들에 의해 졸속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시장임기내내 온갖 장밋빛 사업을 찾아내어 수시로 발표하고는 있지만, 너무 멀고 공허하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수많은 시민들은 길거리에 나 앉을 판인데 한가하게 뜬구름 잡는 말만하고 있다.

울산의 인구가 1년에 1만명이상 급격히 줄고 있는데도 공무원 수는 사상최대로 늘고 있다. 송 시장 취임 후 공무원 500여명을 채용했다고 한다. 그것도 임기 2년만이다.

올해 울산시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코로나 시대에 한푼이라도 아껴야할 형편인데도 각종 축제와 이벤트성 행사에 수백억원의 예산을 신규로 책정하였고, 시장 업무추진비와 시정 홍보예산도 대폭 증액시켰다. 시의원으로서 이런 엉터리 예산을 막지 못해 정말 면목도 없고 솔직히 너무 부끄럽다. 시정을 이런식으로 방만하게 운영하니 빚(3300억원)이 급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제 시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심기일전해서 위기의 울산을 구하고, 미래의 울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고호근 울산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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