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삼국지>에서 유비가 제갈량을 얻는 장면은 삼고초려라는 고사가 나올 정도로 매우 유명하다. 유비가 두 번째로 제갈량을 만나러 가려고 했을 때의 일이다. 그런 유비를 못마땅하게 여긴 장비가 유비를 만류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낱 촌뜨기 때문에 형님께서 꼭 가셔야 할 일이 무에 있습니까? 사람을 시켜 빨리 오라고 하십시오.” 이에 유비는 장비를 꾸짖으면서, “너는 맹자께서 하신 말씀도 듣지 못했느냐? 맹자께서는 현인(賢人)을 만나고자 하면서 그에 맞는 올바른 방법으로 하지 않는다면, 그가 들어오기를 바라면서도 그가 들어오는 문을 닫아버리는 것과 같다고 하셨다.”라고 한다.

위 이야기는 <맹자> ‘만장장구하’ 7장에 나오는 말이다. 사람을 부르는 데는 부르는 것마다 도가 있으며, 그 도에 맞게 그 사람을 불러야 한다.

여기서 도는 예(禮)와 의(義)이다. 예는 참된 삶의 구체적인 행동 양식이다. 의는 사람이 마땅히 행하여야 할 올바른 도리이다. 의가 없는 예, 예가 없는 의는 모두 도라고 할 수 없다. 그런데 세상에는 의도 예도 없이 사람을 대하는 사람, 예는 있으나 의는 없는 사람, 곧 진정성 없는 가짜 예를 행하는 사람이 많다.

살면서 의(義)는 고사하고 형식적인 예(禮)조차 없는 사람을 많이 본다. 그들은 일부러 거만하게 굴기도 하고, 지위가 낮거나 나이가 적다고 함부로 대하기도 한다. 심하면 자기가 필요해서 만나거나, 만나는 사람이 나를 위해서 일을 하려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막 대하기도 한다. 사람을 만나는 올바른 방법을 모르는 잘못된 행동이며, 어리석은 태도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에게 득이 되기보다는 그 반대일 수가 있는데 말이다.

아파트 경비원을 폭행했다는 뉴스를 보면서 참으로 어리석은 인간군상을 봤다.

겸손은 복을 부르고, 예의는 득을 부른다. 유비가 겸손과 예의로써 제갈량을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면 그는 제갈량을 얻을 수 없었을 것이고, 그가 삼국 중 한 나라의 황제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사람들이 좀 더 현명해졌으면 좋겠다. 송철호 문학박사·인문고전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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