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주기로 신종 전염병 위협 계속돼
코로나 유행 막기 위한 각종 노력들
향후 유사사태 대비 위한 자산될 것

▲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지난 1월20일은 우리나라에 코로나19 환자가 처음으로 발생한지 딱 1년이 되는 날이었다. 작년 그 때만 해도 이 상황이 1년이나 지속될 거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이젠 앞으로 1년이 지나도 끝날지 모를만큼 예측이 힘들어졌다. 마스크는 익숙한 걸 넘어 필수품이 된지 오래이며,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위나 장면은 불안함과 동의어가 됐다. 그렇게 전염병은 우리의 인식과 행동을 바꿨고 지금도 바꾸는 중이다.

전염병이 이렇게 오랜 기간 동안 생활에 영향을 준 경우는 근래에 없었지만, 우리나라 및 근방을 대상으로 한 신종 전염병 발생 위협은 사실 일정한 주기를 두고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2000년대 이후만 봐보자. 2003년엔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2020년엔 코로나19가 있었다. 언급한 질병들 중 사스와 메르스의 정확한 명칭은 사스-코로나 바이러스(SARS-COV), 메르스-코로나 바이러스(MERS-COV)로 이번 코로나19(SARS-CoV -2, 통상 COVID 19으로 표기)처럼 코로나 인체감염 바이러스의 변종이다.

이처럼 냉정히 보면, 병의 경중과 전염성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대략 5년 주기로 신종 전염병에 대한 위협은 계속 있어온 것이다. 단지 세계적 확산 방지를 위한 여러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 덕에 우리 생활 속에 실체화되는 정도가 덜했을 뿐이다. 아직 상황이 끝난 게 아니라 이 이후를 말하는 것이 섣부를 수도 있지만,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을 전염병의 위협은 이번이 마지막이 아니라 앞으로도 대략 5년 주기로 계속 있을 것이라 보는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이번이 끝이 아닐 것이기에, 대유행 이후엔 이번 사태의 귀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올 비슷한 상황들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작게는 일상에서, 크게는 국가적 차원에서 말이다.

한 접시에 담긴 음식을 여러 명이 각자의 식기로 집어먹는 문화를 가진 국가들에선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용젓가락으로 각자 접시에 덜어먹는 분찬제(分餐制) 및 1인식 문화가 자리 잡히고 있다고 한다. 이런 작은 행동들을 포함해 현재 사회 각부분에선 ‘감염병 시대의 우리 생활’에 대한 인식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병원계의 경우 2015년 메르스 사태 땐 불안감에 그저 ‘이 상황이 커지지 않고 조용히 지나가면 좋겠다’고만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병원들도 있었다면, 확산이 오랜 기간 끊이지 않고 있는 지금은 상황을 받아들이고 오히려 선제적으로 나서서 대비를 해가는 병원들이 대다수다. 울산병원에서도 위생과 감염관리 강화는 물론 원내 감염 원천 차단을 위해 발열환자 대상 진료를 원외에서 진행하고 있으며,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격리병상 수를 대폭 늘렸다. 정확하고 빠른 진단을 위한 자체 분자병리 검사(PCR) 준비 역시 진행 중이다. 이런 노력들은 대유행이 지나간 후에도 향후를 대비한 귀중한 자산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바라건대 사회 전체적으로도 그런 경우들이 많았으면 한다.

곧 국내 접종이 이루어질 예정이라는 코로나19 백신들 중 대표적인 몇가지는 병원균 자체를 활용하는 생백신, 사백신이 아닌 유전정보 전달체(mRNA-메신저 RNA)를 이용한 새로운 유형의 백신이다. 처음 적용된 방법이라는 말에 불안함을 표현하는 여론도 있지만 전문가들 중 상당수는 그 원리와 방식, 그리고 실제 임상시험 결과에 근거해 효능을 인정하고 있으며 일각에선 조금 과장해서 경이로움까지 표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좀더 확실해 지겠지만, mRNA 백신기술 역시 우리가 이 사태를 겪으며 가지게 된 귀한 결과물이 아닐까.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듯, 우리가 이 피할 수 없는 대유행을 슬기롭게 넘기는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얻어가길 바란다. 비가 안 오는 맑은 날만 계속될 순 없기에.

임성현 울산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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