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어린 시절에 편찮으신 어머니를 대신해 전통시장에서 ‘정구지’를 구매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정구지는 없고 표준어인 ‘부추’만 있다.

우리 말에는 표준어를 규정하는 기준이 있다. 1970년부터 연구를 시작해 1989년 3월 시행한 ‘표준어규정’이다. 표준어는 멸치와 며루치, 메리치 중에서 ‘멸치’만 인정하는 경우처럼 단수 표준어가 대세이지만, 여러 이유로 두 항목 이상을 표준어로 인정하는 복수 표준어도 있다. 규정이 발표될 당시 복수 표준어 몇 항목을 소개해본다. 거슴츠레하다/게슴츠레하다, 가뭄/가물, 고깃간/푸줏간, 꼬까/때때/고까, 마파람/앞바람, 부침개질/부침질/지짐질, 연달아/잇달아, 옥수수/강냉이 등이다.

이후 언어생활을 수행하면서 복수 표준어가 필요하면 국립국어원에서 심의를 통해 추가 발표하고 있다. 2011년에는 짜장면, 맨날, 눈꼬리 등 39항목을 추가했다. 자장면, 만날, 눈초리 등의 복수 표준어를 새로 선정하여 발표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자장면’만 표준어로 인정했는데 ‘짜장면’을 복수 표준어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2014년도에도 삐지다, 놀잇감, 속앓이, 딴지 등 13항목을 추가 발표했다.

이후 2016년 1월1일 자부터 <표준국어대사전>에 표준어로 수록할 복수 표준어를 발표했다. 첫째, 현재 표준어와 같은 뜻으로 널리 쓰이는 말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한 4항목이다. 이쁘다/예쁘다, 마실/마을, 찰지다/차지다, -고프다/-고 싶다.

둘째, 현재 기존 표준어와는 뜻과 어감이 달라 이를 별도의 표준어로 인정하는 경우가 5항목이다. 푸르르다/푸르다, 꼬리연/가로리 연, 의론/의논, 이크/이키, 잎새/잎사귀 등이다.

셋째, 비표준적으로 다뤘던 활용형을 표준형으로 인정한 경우인 두 항목이다. 하나는 ‘말다’가 명령형으로 쓰일 때는 ‘(잊지)마/마라’와 같이 써야 했으나 현실 쓰임을 반영하여 ‘(잊지)말아/말아라’로 쓰는 것도 인정한다. 또 하나는 ‘노랗다, 동그랗다, 조그맣다’에서 종결어미 ‘-네’와 결합할 때는 ‘노라네, 동그라네, 조그마네’로 사용해야 했으나, ‘노랗네, 동그랗네, 조그맣네’로 쓰는 것도 인정한다.

이외에도 소개하지 못한 복수 표준어가 많다. 손자/손주, 뜰/뜨락, 벌레/버러지, 품새/품세, 태껸/택껸 등도 있다. 앞으로도 복수 표준어는 심의를 거쳐 확장 발표를 지속할 것이다. 윤주은 전 울산과학대 교수·국문학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