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형중 경제부 차장

으레 ‘기업하기 좋은도시’라면 울산이 떠올려지곤했다. 그간 수많은 기업들이 울산에서 공장을 짓고 또 생산된 제품을 수출하면서 울산은 국내를 대표하는 수출도시, 산업수도로 성장세를 구가해 왔다. 다른 지역에 한개 회사만 있어도 부족함이 없을 수십~수백개의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생산기지를 울산에 두고 사업을 넓혀왔다.

그렇게 울산은 수십년동안 ‘기업하기 좋은도시 = 울산’의 등식을 이어왔다. 최근 만난 기업인들은 “규모만 보면 울산만한 기업도시가 어디있겠느냐” “대기업이 이렇게 많이 있는데, 당연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해댄다. 그런데 “산업계 뿌리와 같은 수천개의 중소기업 여건은 녹록치않다” “신생기업 진입장벽 여전히 높다”라는 질타의 완곡어법(婉曲語法)처럼 들리는 이유는 뭘까.

새해들면서 부산, 강원도 등 광역시도는 물론 기초자치단체까지 앞다퉈 우수업체·인력 유치라는 거창한 구호아래 ‘기업하기 좋은 도시’에 시동을 걸고 나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기업유치를 위한 대면활동에 제약이 생기자 단체장이 온라인 영상으로 기업하기 좋은 도시 구현을 위해 전국 기업을 대상으로 도시의 강점을 어필하며 기업유치에 나선 곳도 등장했다. 공장설립승인 신속처리, 공장등록 무료대행서비스 제공 등 행정서비스 강화는 물론 공공기관과 중견·대기업을 타깃으로 대규모 프로젝트 유치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생산성 높은 투자유치 업무환경 조성을 위해 자체 ‘투자유치시스템’을 만들고 미래전략 산업 외자유치 투자상품까지 개발하겠다는 도시들도 생겨났다. 이들 도시들의 공통분모는 불확실성이 높아만가는 작금의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기업의 발목을 잡는 불필요한 규제를 줄이고 기업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귀결된다. 울산시도 최근 세계최고 수소도시 실현, 5대 특구·단지 육성으로 혁신성장 견인 등 올해 12개 역점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강소연구개발특구, 수소그린모빌리티·게놈서비스산업·이산화탄소 자원화 등 3대 규제자유특구가 혁신성장의 핵심이다. 이러한 거창한 구호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육성하고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는 “2% 부족한 기업하기 좋은도시다” “울산을 떠날 처지다”라는 아우성이 곳곳에 터져 나온다. 실제 산업현장의 목소리에 좀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결국 변화하는 산업 패러다임에 행정이 뒤쳐지면 안된다는 얘기다. 이참에 불황의 연속에다 코로나19 장기화 등 달라진 경제 환경에 맞춰 ‘기업하기 좋은도시’육성전략도 새판을 짜야한다. 빈 수레만 요란한 정책이 되지 않도록 산업종류별, 기업 규모별 맞춤식 현장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울산의 특구는 첨단IT기업 육성의 호재로 작용할게 분명하다. 어느때보다 기업유치를 위한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이 높은 만큼 울산만의 특색과 당근책(?) 등으로 기업환경에 대한 눈높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기업들의 울산행 러시에 행정력이 집중되어야 할 때다. 이형중 경제부 차장 leehj@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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