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맞춤형 지원체계 구축 필요

▲ 지난달 울주군 범서생활체육공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주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무료 신속항원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서있다. 경상일보자료사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위축됐던 국가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입은 저소득층이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고용 안전망과 사회 안전망 확충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정부의 획일화된 지원책이 여건이 제각각인 지자체에 제대로 작동될지는 의문이다. 이에 정부와 별개로 울산시 차원의 안정적인 보장 시스템을 구축, 향후 닥칠 수 있는 또 다른 재난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올해 국비 5조4천억원 투입해
재취업지원제도·고용보험 확대 시행
취약계층 일자리 창출 30조원 투입
울산도 코로나로 인한 저소득층 지원
복지사각 해소 긴급복지 기준 완화
각종 재난대비 체계적 시스템 구축도
5개 구군별 재정 여건·복지수요 상이
울산시 차원 균형있는 대책마련 지적

◇정부 고용·일자리 등 지원 방안 마련

정부는 올해 국비 5조4000억원을 투입해 국민취업지원제도와 고용보험 확대 등을 차질 없이 지원하기로 했다. 신종코로나 3차 확산으로 고용 충격이 재차 확산 중인 만큼 오는 7월부터 산재보험 적용 직종 특수형태근로자를 중심으로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일용직 근로자의 가입 누락도 최소화하기로 했다. 고용보험 적용 대상에 대한 소득 정보를 파악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소득세법과 법인세법 개정을 추진하고, 국세청과 근로복지공단 간의 신속한 소득 정보 공유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민생 경제의 핵심인 일자리 확보를 위해 지난해보다 5조원 늘어난 30조5000억원을 1분기에 집중 투입한다. 특히, 청년과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취약 계층을 위한 직접 일자리 104만개를 만든다. 그동안 부양 의무자가 있을 경우 생계급여를 받지 못했던 노인과 한부모 가정, 저소득 가구 모두에게 생계급여를 지급한다. 또 내년부터 모든 가구의 부양 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등 사회안전망 확충을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위기가구 긴급생계지원사업은 기한을 올해 3월 말까지로 연장했고, 신종코로나로 실직하거나 영업장의 휴업·폐업 등으로 소득이 감소한 저소득층 6만 가구에는 긴급복지 예산을 지원하는 등 저소득층 예산 지원도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 송철호 울산시장과 각 구청장·군수가 지난 4일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대당 재난지원금 10만원을 지급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경상일보자료사진

◇울산 긴급복지 연장 저소득층 지원

정부와 별개로 울산시 역시 신종코로나 장기화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저소득층을 위해 복지 안전망을 강화한다. 시는 오는 3월까지 긴급복지 선정기준 완화를 연장하고 그럼에도 지원받지 못하는 가구에는 울산형 긴급복지를 지원한다.

긴급복지는 갑작스레 위기 상황에 처해 생계유지가 어려운 중위소득 75% 이하 저소득 가구에 생계비와 의료비, 주거 지원 등 복지 서비스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제도다. 앞서 시는 지난해 3월부터 신종코로나로 인한 소득 감소 및 상실을 위기 사유로 인정하고 지원 기준을 완화했는데, 신종코로나 3차 대확산으로 긴급복지를 오는 3월까지 연장 운영하기로 했다. 4인 가족 기준 재산 1억8800만원 이하에서 3억5000만원 이하로, 금융 재산은 500만원 이하에서 1200만원 이하로 자격을 완화했다.

시는 기준 완화에도 불구하고 긴급복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복지 사각지대를 위해 울산형 긴급복지도 실시한다. 지원 대상은 신종코로나로 인한 소득 상실 및 감소 등 생계 곤란자, 여관·고시원 등에 장기 거주 중인 주거 위기자, 국가·지자체 등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지원받지 못하는 소외계층 등이다. 소득·재산 기준은 중위소득 75% 이하에서 중위소득 80% 이하로, 금융 재산 5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완화한다.

◇울산만의 특화된 복지 시스템 구축 필요

정부와 지자체가 저소득층을 위한 다양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는 신종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임시방편인 만큼, 다양한 사회 재난 상황을 대비한 보다 체계적인 복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전문가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복지 기준이 울산의 여건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울산 역시 5개 구·군의 재정 여건과 복지 수요가 상이한 만큼 시 차원의 균형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울산 특화형 복지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는 시가 지난 2019년 마련한 울산 복지기준선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시는 학술 연구를 통해 소득과 주거, 돌봄, 건강, 교육 등 주요 생활 영역별로 시민이면 누구나 누려야 할 복지 기준을 제시하고, 복지 기준에 따른 시민의 복지욕구 충족을 위한 새로운 정책 사업을 발굴·보완했다.

소득 불평등 해소를 위해 소득 기준 목적을 설정하고, 울산형 소득 기준의 최저 기준과 적정 기준을 각각 설정했다. 이를 위해 울산형 기초생계지원제도와 울산형 생활임금보장제를 도입하고, 울산형 특화 직종 일자리 확대 및 울산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설치 운영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사회 재난 발생시 약화되는 노인 복지 증진을 위해서는 읍면동 커뮤니티케어 활성화, 재가노인지원서비스 확대 및 사례 관리 기능 강화, 돌봄체계로서의 경로당 기능 확대, 정신건강 문제 대응·예방을 위한 지역 상담 지원체계 구축 등의 방안을 내놓았다.

시는 복지 기준선에 따라 올해부터 빈곤 실태조사를 진행해 울산 현실에 적합한 복지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사회 안전망 구축은 기본적으로 산업 구조와 노동시장 개혁을 수반하는 중장기 과제로 분류되며, 특히 막대한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막중한 세 부담을 지면서도 별다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소득분위 계층의 반발을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 보편적 지원을 우선해야 할지, 취약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할지에 대한 선택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전 국민 고용보험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히면서도 자영업자의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토론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이윤형 울산연구원 박사는 “복지 시스템 구축과 항상 맞물리는 부분이 예산 문제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세금 이야기도 반드시 따라 나온다”며 “사회적 위기가 발생할 경우 긴급한 부분은 기존의 대응 시스템을 통해 시급히 지원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보장 시스템은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