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뫼의 눈물 극복 사례 반면교사로
AI개방형 혁신 성장 플랫폼 구축 등
울산도 산업 고부가가치화 서둘러야

▲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스웨덴 남서부에 위치한 말뫼시는 우리에겐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도시다. 한때 울산처럼 조선·기계·화학공업이 발전한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말뫼의 세계적 조선업체인 코쿰스가 문을 닫으며 단돈 1달러에 매각한 코쿰스 크레인이 이곳 울산 현대중공업에 설치되어 있는 골리앗 크레인의 원조이다. 2002년 9월25일 말뫼 주민들은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이 해체되어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심지어 스웨덴 국영방송이 장송곡과 함께 그 장면을 생중계로 ‘말뫼가 울었다’고 보도를 하면서 ‘말뫼의 눈물’이라는 유명한 일화가 생겨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스웨덴 정부는 대규모 공공사업과 더불어 21세기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바이오, IT, 재생에너지 산업에 집중투자해 창업자들에게 파격적인 각종 창업 인프라를 제공함은 물론, 전세계에서 글로벌 기업을 유치했으며, 코쿰스 조선소 본사가 위치한 건물은 500여 개의 IT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해 ‘미디어 에볼루션 시티’로 변신하게 했다. 또한 친환경 뉴타운을 건설해 태양열과 함께 가정의 쓰레기를 재활용한 연료를 사용한 100% 자가발전 시설을 갖춰 세계적인 저탄소 배출 도시가 되어, 이제는 신도시를 계획하고 있는 나라에 기술 자문과 노하우를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울산시도 한국형 디지털 뉴딜의 울산형인 그린ICT융합 제조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지역 산업구조를 디지털 경제체제에 부합하도록 선제적 대응을 구체적인 전략으로 제조산업의 고부가가치화를 서두르고 있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도 급변하는 디지털 및 인공지능 기술의 추세에 맞춰 연초부터 디지털 클러스터 사업과 게놈데이터댐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클러스터 사업은 기존 정보화 사업인 스마트공장 보급사업의 성과를 바탕으로 공장 내 데이터를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해 생산성을 향상시켜 제조기업의 디지털 역량을 제고하고자 함이다.

한편, 제조산업구조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XR(확장된 가상·증강기술)과 D·N·A(데이터, 네트워크, 인공지능) 융합형 기술 개발 및 실증을 위해 디지털 혁신 스타트업 생태계 구축이 절실하다 하겠다. 지역 전통제조산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XR기술 투자 및 인재양성이 지역의 제조산업의 부가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또 하나의 방안이며, 이를 위해 XR+D·N·A기반의 스타트업을 발굴, 육성함이 그 답이라 할 것이다. 버추얼 조선소, 버추얼 자동차 공장, 버추얼 석유화학단지, 버추얼 기반 디지털 치료제 등이 지역 제조산업의 역량을 배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디지털화의 모습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 XR기술 인력양성, 초기 창업기업 발굴·지원과 XR 전문기업 육성이 시급하다 하겠다.

최근 국내 L전자가 임직원이 낸 혁신적인 아이디어 기반의 프로젝트를 사외벤처로 분사해 미래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사업 준비, 성장동력 다변화를 위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한 프로젝트를 사외벤처로 분사해, 창업 컨설팅을 제공하는 외부 전문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와 함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사업화하는 스타트업의 하나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본사는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투자는 물론 회사가 보유한 다양한 기술 역량과 네트워크를 지원할 예정이란다. 대기업의 이번 사례는 사내·외 벤처를 비롯해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고객가치 기반의 신사업과 창의적인 조직문화를 육성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고 하겠다. 이렇듯 지역 제조산업에서도 사내·외 벤처 창업 생태계를 도입함으로써 오픈이노베이션의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L전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사외벤처로 이동하는 임직원이 희망할 경우 5년 이내에 회사로 복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회사 내에 새로운 도전을 적극 장려하고, 벤처기업을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을 임직원들과 공유하려는 취지다.

울산정보산업진흥원의 UIS-I(울산 이노베이션 스쿨)의 데이터사이언스와 도IS-II(울산 이노베이션 스퀘어)의 인공지능 인력양성사업, 그리고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인공지능혁신파크 출범에 따른 재직자를 대상으로 산업 현장의 문제를 인공지능을 활용해 해결하는 AI 개방형 혁신 성장 플랫폼 구축 사업은 이러한 지역 제조산업의 전방위 디지털화를 통한 제조혁신을 위해 그 의미하는 바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하겠다.

구자록 울산정보산업진흥원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