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한 건축공모전에서 코로나 극복 이후 건축의 변화된 모습을 주제로 제안했다. 흥미롭게도 건물의 빈 공간에 정원을 임대하는 ‘000: 공적 공중 공원’이 대상작이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일상이 된 비대면 세상에서 건축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젊은 건축가 다운 발상이다. 애플리케이션 예약을 통해 건물의 공용 임대 공간에 모듈화된 정원을 안전하게 이용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건물의 빈 공간을 작은 공원으로 만들면 더 많은 사람이 안전하게 녹지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다중이 이용하는 큰 공원보다 가까이 있는 한 포기 식물이 더 절실한 시대가 온 것이다.

미국의 센트럴파크의 탄생 배경을 보면 19세기 초 도시과밀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던 뉴욕. 빽빽한 도심생활에 지친 노동자들에게 숨통을 틔어 줄 열린 공간이 필요했다. 도시민들의 생존과 정신건강을 위해 맨해튼 중심부에 대규모 공원이 만들어졌다. 세계적으로 사랑받아온 공원, 사람들이 만나고 섞이고 어울리던 이 공원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봉쇄라는 변화에 직면했다. 비대면으로 가까운 거리를 이동 가능한 선형의 공원이 필요해졌다. 점점이 흩어진 작은 정원이 거리를 따라 이어지면 녹색의 선이 되고 면이 될 것이다.

최근 정원 관련 웨비나(web semina)에서도 영국 셰필드대 나이젤 더넷 교수는 미래에는 도시의 거리가 정원이 되고 거리는 자동차가 주가 아닌 사람과 자연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 주장한다. 집을 나서면 바로 만날 수 있고 가까운 일상에서 더 자주 느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자연을 조성하는 것이 미래의 도전 과제라 말하고 있다.

울산 중구 혁신도시 상가거리를 걷다 보면 필지마다 건축법상의 작은 녹지공간을 볼 수 있다. 준공용 수목이 명맥만 유지한 정원이 대부분이다. 때로는 배추나 작물을 심고 기르는 텃밭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허가를 위해 형식적으로 법적 면적을 구비해 놓은 자리지만 가로의 작은 정원으로 가꾸어 선형으로 연결하면 보행자 전용 정원 거리가 될 것이고 울타리 없는 건물과 건물 사이 공간은 새로운 커뮤니티 공간이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달라진 일상은 새로운 공간의 탄생을 요구한다. 다중이 섞이지 않고도 안전하게 이동이 가능한 거리. 집을 나서면서부터 아름다운 정원 거리를 따라 걷는 즐거운 상상을 해 본다. 정홍가 (주)쌈지조경소장·울산조경협회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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