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고전 중인 화훼농가 위해
개개인들 꽃과 함께하는 생활 시도
농가도 마케팅 방안·판로 모색해야

▲ 정영혜 울산과학대식품영양학과 교수 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올해도 비대면 졸업식으로 졸업생들을 보내고 있다. 꽃다발을 손에 들고 친구들, 가족들과 포즈를 취하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고 드라이브 스루 졸업장 수여도 있었다 한다.

후배들이 졸업하는 선배들에게 선물하던 한 송이 꽃도, 가족이나 지인들의 축하 꽃다발도 생략되고 있다. 결국 코로나19는 화훼농가의 대목이라 할 수 있는 입학식, 졸업식과 같은 특정일마저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렸다. 뉴스에서는 판로가 막히자 꽃밭을 통째 갈아엎는 화훼농가와 팔리지 못한 꽃들을 대량 폐기처분하는 화원의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화훼농가의 수는 2003년 1만3500여 농가에서 이후 2019년 6800여 농가로 2분의 1 수준으로 감소됐고 꽃 생산과 소비 역시 반감됐다. 화훼농가의 어려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기관과 단체들도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270여 농가가 화훼농업에 종사하는 용인시는 화훼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41억5700만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다른 지자체와 기관들도 직원들에게 꽃을 나눠주거나 사무실에 꽃을 배달하고 SNS를 이용한 추첨으로 꽃 상자를 선물하는 등 화훼소비를 촉진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어려움에 처한 화훼농가를 돕고, 꽃으로 감사와 축하의 마음을 전하고자 하는 취지이다. 결혼식, 장례식에 큰 화환을 보내 축하하던 행사용 화환 대신 꽃 바구니를 보내자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화훼업계를 돕는 일들이 정부와 기업의 일회성 행사에 국한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필리핀의 도시, 바기오에서 매년 개최되는 필리핀 최대의 꽃 축제인 ‘파낙벵가 페스티벌(Panagbenga Festival)’은 관내 학교, 애완견들도 참여하는 도시 전체의 축제로 자리잡고 있으며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국가적 꽃축제가 되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계 주요 화훼 수출국들과 같은 수준으로 자국의 화훼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시작했다. 이로 인해 화훼수출도 고무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 소득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화훼의 이용은 우리보다 훨씬 다양한 문화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문화가 정부의 화훼산업 지원에 계기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의 꽃 소비 역시 특별한 날이 아니라도 꽃을 즐기는 문화가 일상에 녹아들 수 있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 외국 영화의 흔한 장면처럼 커다란 종이봉투에 꽃을 한 아름 안고 집으로 들어가 식탁 위 화병에 한 묶음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꽂는 모습은 우리가 꽃을 살 때 몇 겹의 화려한 비닐포장에 철사를 묶고 다시 리본으로 장식하는 것과 같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님을 보여준다.

꽃의 효과와 관련된 연구들에서 성당이나 교회의 꽃장식이 기도환경에 도움을 주고, 백화점 매장의 꽃장식이 소비자의 구매욕구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들은 심리적으로 꽃이 주는 긍정적인 힘과 효과를 보여주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금 고전하고 있는 화훼농가를 위해서는 개개인의 차원에서 꽃과 함께하는 생활을 시도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꽃병이나 화분을 거실이나 현관 등에 두고 꽃으로 장식해 보는 것이다. 꽃을 통해 상대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은 무너져 가는 화훼농가를 지키고 그들의 시름을 더는 길이기도 하다. 현재의 우리 생활이 코로나19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회복되기까지는 일상 생활 뿐만 아니라 화훼농가도 요원하기는 마찬가지다. 우리가 코로나19 시국에서 다른 길을 찾듯, 화훼농가 차원에서도 침체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전략적 마케팅 방안을 고안하고 새로운 판로를 끊임없이 모색해야 할 필요도 있다. 화훼농가를 돕는다는 것은 화훼산업을 유지하고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자연과 교감하고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우리가 존경하거나 아끼는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중요한 수단을 지키는 것과 같다. 베트남의 설처럼 다가오는 설에는 감사의 인사로 꽃을 준비하려 한다.

‘언제나 꽃길만 걷자’고 소망하는 우리의 일상에 왜 정작 꽃은 보이지 않았는지 한 번 쯤 생각해 보자.

정영혜 울산과학대식품영양학과 교수 북구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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