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가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28일 울산시의회 임시회에서 손종학 의원의 시정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올해 당초 예산에 산업기술문화공간 기획 방안 연구라는 사업명으로 3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산업기술문화공간은 지난해 울산시가 기재부에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가 대상에 선정되지 못했던 사업이다. 기재부가 예타의 검증대에도 못올리게 했던 사업을 올해 다시 추진하면서 아예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위한 연구용역으로 바꾸겠다는 말로 해석된다.

어쨌든 울산시가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다시 추진하기로 한 건 잘한 일이다. 사실상 산업기술문화공간은 기재부의 지적대로 ‘기존 직업체험관, 기업홍보관, 박물관 등에서 유사시설을 운영중이므로 건립의 시급성이 없고 전시물 수집방안 등 운영계획의 구체성이 없었기’ 때문에 콘텐츠를 일부 변경해서 재추진한다 해도 그다지 전망이 밝지도 않았다. 특히 애매한 산업문화공간을 만들어놓고 마치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의 대체 시설을 건립한 것인양 곡해할 수 있는 원인을 없앤 것도 다행이다.

문제는 이미 산업기술박물관 설립을 포기했다고 밝힌 정부의 의지를 되돌리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8월 ‘국민 공감대가 없고 더 이상 추진할 요인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울산시에 통보를 했다.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100여일 채 안된 시점에, 문재인 대통령의 울산공약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산업기술박물관 건립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한 것이다.

하지만 울산시민들은 지난 3년5개월여동안에도 산업기술박물관을 포기한 적이 없었다. 1년여 뒤 2018년 6월 실시된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도 국립산업기술박물관 건립을 공약했다. 산자위 소속의 이채익(울산 남구갑) 국회의원은 2019년 용역비 예산을 확보해 불씨를 다시 지폈다. 2020년 11월에는 울산문화도시포럼이 산업기술박물관 방향 모색을 위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은 우리나라 근대화를 이끈 울산이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시설이다. 공연히 정치적 판단으로 과학관이니, 체험관, 산업문화관이니 하는 정통성 없는 공간으로 대체하려 해서도 안된다. 우리나라가 전후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가진 국가로 성장한 세계 유일의 경험을 세계인과 공유할 수 있는 국립산업기술박물관이 ‘산업수도 울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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