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치유하는 심신 의학으로
누구나 쉽게 방문하는 센터 필요
울산도 공공명상센터 건립 앞장을

▲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우리의 삶을 비추는 코로나 신조어가 코로나19 발생 이후 세 개나 나왔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레드 그리고 코로나 블랙이다.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19에다 우울감이 합쳐진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함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다보니 코로나 블루가 쌓이고 쌓여 짜증과 화나는 마음을 통제하지 못하게 되는 것을 코로나 레드라고 한다. 코로나 블랙은 코로나19로 인해 느끼는 암담함을 나타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생활이 가능한 장애인, 경제적 취약계층 등이 일상생활의 큰 타격을 입으며 좌절감과 암담함을 느끼고 있는 현상을 뜻한다. 이러한 신조어가 반영하듯이 코로나19로 인한 심신의 스트레스와 피로감, 예민함은 가정불화, 가정폭력 등의 또 다른 사회적 건강에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증상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 또한 넘치고 넘친다. 그 중에 눈에 띄는 것이 명상이다. 명상을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명상 앱이 활성화되고 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매체를 살펴보면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 안내가 유튜브를 통해서 또는 유료 명상 앱을 통해 접할 수 있다. 울산에서도 지자체로서는 처음으로 개발한 무료 명상 앱인 ‘마음의 달인’이 지난해 5월에 개발되어 운영되고 있다. 지인들이나 학생들한테 ‘마음의 달인’을 자주 소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명상을 의료장면에서 오랫동안 적용해왔던 의사인 명상 전문가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과 울산광역시가 어떤 측면에서든 치유를 위해 명상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반가워서이다.

명상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스스로를 치유하고 자신의 마음을 조절할 수 있는 심신의학이다. 명상의 효과는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수많은 연구결과로 입증되어 왔으며, 전 세계적으로 조직 문화에 스며들고 있다. 국내 여러 기업에서는 직원 연수를 위해 명상을 도입하고 있다. 이를테면 경북 영덕에 있는 삼성인력개발원은 3년 전부터 지금까지 2만여 명의 직원 및 그 가족들에게 명상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미술관에서도 요가와 명상을 만날 수 있다. 리조트에서는 요가와 명상 전공자를 채용하여 고객들에게 명상을 전달하고 있다. 교육적인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명상을 가르치려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일반 대중한테도 명상은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명상에 대한 구글 검색엔진에서는 900만 건이나 되며, 마음챙김은 100만 건이 된다. 인스타그램에서 #명상, #마음챙김이 각각 26만, 6만6000건 이상이라고 한다.

이렇게 조직 속으로, 일반 대중 속으로 명상 또는 ‘마음챙김’이라는 단어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제대로 명상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얼마나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유튜브를 통해 명상안내를 들어보면 한 결 같이 목소리가 좋다. 그 목소리만 들으면 명상안내자는 성우라도 되어야 할 듯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학생은 매체를 통해 아름다운 목소리로 명상을 접할 수 있는데 굳이 돈을 내고 명상센터에 가서 직접 명상을 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물론 디지털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2030세대들이 명상 앱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앱으로 명상을 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특히 초보자의 경우는 그러하다. 명상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없는 상황에서 앱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명상으로 여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명상을 접할수록 제대로 된 전문가를 만나야 명상의 에센스를 만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명상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곳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있는 곳들은 불교명상에 토대를 둔 곳이기도 하여 보편적이지 않다.

어린이부터 죽음을 앞둔 사람들까지 명상은 가능하다. 하지만 누구나 가능한 명상을 어디서나 접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있다. 다양한 대상들의 특징을 고려하여 다양한 명상법을 전달하더라도 명상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는 바른 건강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렸으면 한다. 그렇게 하려면 누구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명상센터가 있어야 한다. 오로지 명상 프로그램만을 전달하는 영덕의 삼성인력개발원이 부러울 뿐이다. 삼성인이 아니라면 근접할 수 없는 그들만의 문화이다. 따라서 울산시가 지자체로서 시민들의 건강문화를 예방의학 차원에서 그리고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의 문화로서 누구나 참여 가능한 공공 명상센터를 건립해 명상의 가치를 제대로 보급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곽미자 춘해보건대학교 요가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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