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재선거와 낭비되는 세금, 악순환의 고리를 끊자

 

울산에선 선출직 공직자들의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낙마와 이에 따른 재선거가 끊이지 않고 있다. 2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4·7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 역시 김진규 전 남구청장의 선거법 위반에 따른 당선무효로 치러지는 선거다. 지난 2018년 북구 국회의원 재선거를 비롯해 이전에도 국회의원,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등의 당선무효형에 따른 재선거가 잇따라 실시됐다. 정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데다 행정 공백, 세금 낭비까지 유발하는 ‘당선→당선무효→재선거’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쯤 끊어낼 수 있을까.

국회의원부터 기초의원에 이르기까지
‘우선 당선되고 보자’ 선거법위반 속출
당선→당선무효→재선거 악순환 고리
정치 신뢰도 저하·행정공백·세금낭비

4·7 남구청장재선거 20억원 혈세 투입
서울·부산시장 570억·267억여원 추정
정당·후보 책임강화 등 재발방지 대책
유권자들의 관심과 올바른 심판 필요

◇당선무효에 따른 재선거 실태

당선무효형 확정에 따른 재선거는 누구보다 법을 준수해야 할 선출직 공직자들이 선거 과정에서 ‘우선 당선되고 보자’는 인식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후보간 경쟁이 치열한 선거에서 선거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잦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규 당시 남구청장 후보는 선거 공보 등에 실제 졸업하지 않은 경영대학원의 ‘총동문회 수석부회장’이라고 게재했고, 선거사무원 등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오다 징역 10개월이 확정되면서 당선무효됐다. 오는 4월7일 재선거가 실시된다.

앞서 박부경 전 남구의원은 선거비용 과다 지출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아 지난해 4월 제21대 총선과 함께 기초의원 재선거가 실시됐다. 해당 재선거에서 당선된 손세익 남구의원 역시 불법으로 정치 홍보용 게시물을 SNS에 게재한 혐의로 현재 1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은 상태다.

현직인 이채익·박성민 국회의원과 권명호 의원의 배우자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각각 받고 있다. 정천석 동구청장과 전영희 시의원도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았다.

진보 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북구는 재선거에 있어 아픈 정치사가 있는 지역이다. 2005년 9월 조승수 국회의원(사전선거운동 등), 2009년 3월 윤두환 국회의원(허위보도자료 배포 등), 2017년 12월 윤종오 국회의원(사전선거운동 등)의 낙마가 대표적인 사례다.

조용수 전 중구청장과 정천석 동구청장 역시 임기 중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다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중도 하차한 경험이 있다. 당시 재선거가 실시됐다.

누구보다 청렴해야 할 교육감 역시 당선무효된 사례가 있다. 김석기 전 초대·4대 교육감은 두 차례 모두 중도하차했고, 6대 임기를 마치고 7대에 재선된 김복만 전 교육감도 재직 중에 중형을 선고받았다. 노옥희 현 교육감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TV토론회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지만 2019년 다행히 무죄를 선고받았다.

◇혈세 낭비에 행정 공백까지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오는 4월7일 남구청장 재선거에는 약 2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다. 재선거만 없었다면 남구민들을 위해 쓰였을 비용이다.

같은날 치러지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는 약 570억여원, 부산시장 보궐선거에는 267억여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해당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 막대한 예산이 시민이 아닌 보궐선거 비용으로 전용되는 셈이다.

지난 2011년에도 당시 조용수 중구청장·정천석 동구청장의 당선무효형 확정에 따라 약 30억원 가량의 세금이 재선거에 투입되기도 했다.

공직자의 당선무효는 재선거에 따른 세금 낭비를 유발할 뿐 아니라 광역·기초단체장의 낙마는 결국 행정공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각 지자체의 신규사업 대부분이 단체장 공약을 중심으로 추진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정공백에 의한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간다. 국회의원의 당선무효 역시 가뜩이나 타 광역시도에 비해 인원이 적은 울산의 국회 입김을 더욱 작게 만든다.

◇정당·후보 책임 강화 등 재발 방지 대책 필요

현행법상 재선거 비용을 원인 제공자 또는 정당에 부과하지 않다보니 ‘잘못은 정치인이 저지르고, 책임은 주민이 진다’는 말까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재보궐선거 야기시 공천하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바꾸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기도 했다. 다른 정당의 경우 이같은 당헌당규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해 재보선을 야기한 정당에 공천을 하지 못하도록 할 수는 없을까. 여야 정당 모두 재보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보니 이같은 법 개정에는 소극적인게 사실이다. 물론 잘못을 저지른 공직자로 인해 다음 선거를 준비하던 후보의 출마 권리를 박탈하는 셈이 되다보니 위헌 소지도 있다.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까진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도 재선거를 발생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렇다고 재판이나 사법기관으로부터 수사를 받는다는 이유로 공천에서 제외하기도 쉽지 않다. 이는 선거를 목전에 두고 경쟁후보에 대한 무분별한 고소·고발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은 경우 보전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하도록 하는 법이 있긴 하지만 납부하지 않을 경우 강제 징수하지 않다보니 효과가 크지 않다.

현재로선 반복되는 당선무효와 재선거를 막기 위해 유권자들의 철저한 검증과 심판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재선거 원인 제공자나 정당에 대해 책임을 추궁해야 하지만 현행 법으론 한계가 있다”며 “결국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미자격자를 추천하는 정당이나 후보를 심판해야 지금과 같이 반복되는 당선무효와 재선거, 이에 따른 예산 낭비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왕수기자 wslee@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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