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아이스하키협회장 퇴임
재임 8년간 헌신적인 후원으로
韓아이스하키 ‘르네상스’ 일궈

▲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열린 퇴임식 뒤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아이스하키협회 제공

“나보다 훨씬 나은 회장이 나와서 한국 아이스하키가 계속 발전했으면 합니다. 난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의) 구석 한 페이지로 족합니다.”

한국 아이스하키의 ‘헌신적인 후원자’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한라그룹 회장)이 28일 서울 강남구 슈피겐홀에서 퇴임식을 하고 8년간 지냈던 협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재계의 소문난 아이스하키 마니아인 정 회장이 재임한 8년간 한국 아이스하키는 ‘르네상스’를 맞았다.

한국은 2017년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디비전 1 그룹 A(2부리그)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사상 첫 월드챔피언십(1부리그) 진출의 쾌거를 이뤄냈다.

고교팀 6개, 대학팀 5개, 실업팀 3개밖에 없는 척박한 한국 아이스하키에서 일궈낸 믿어지지 않는 기적이었다.

2010년 세계 랭킹이 33위에 불과했던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는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지금은 18위까지, 15계단이나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도 실업팀 하나 없는 열악한 현실 속에서 16위로 도약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뿌듯하게 여겼던 순간은 바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정 회장은 “올림픽은 내게 보람이자 긍지였다”며 “올림픽을 치러낸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은 이전에도 없었고, 이후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난 행운아였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 불모지였던 한국에 아이스하키 성장의 초석을 놓았다.

26년간 한국 아이스하키의 선진화·국제화를 위해 힘써온 정 회장은 지난해 2월5일 IIHF가 발표한 명예의 전당 입성자 명단에 아이스하키 발전에 공로가 큰 인물을 대상으로 하는 빌더(Builder) 자격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날 퇴임식에는 백지선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감독과 한라 선수인 조민호 등 제한된 인원이 신종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킨 가운데 참석했다. 대형 화면으로는 대표팀을 거쳐 간 많은 선수가 화상으로 정 회장의 퇴임 길을 함께 했다.

정 회장은 한국 아이스하키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하지만 정 회장은 “난 한국 아이스하키 역사의 구석 한 페이지로 만족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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