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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 발견 50주년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문화재청·울산·울주, 인류문화유산 암각화 정보 달라 아쉬움(5)세계유산도시의 시민이라면 이 정도는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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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1.31  21: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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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반구대암각화를 전체 4개(Ⅰ~Ⅳ)로 구분해 각각의 실측도를 제작했다. 그 중 주암면(Ⅰ) 부분. <한국의암각화2020> 수록

높이 4m·너비 10m ‘ㄱ’자 바위면에
다양한 모양 바위그림 ‘반구대암각화’
신석기시대 말부터 반복적으로 새겨
선사인 삶·풍습 담은 최고 걸작 평가

세계유산 등재 추진 문화재청·울산시
바위그림 수·내용 등 정보 달라 혼선
그간의 연구과제 정리·공유창구 마련
새로운 주제 설정 각계 관심 유도해야


‘반구대 암각화’는 천전리 각석보다 1년 늦게 발견됐고, 국보 지정도 뒤늦었다. 두 문화재는 가치, 위용, 내용 면에서 비교 자체가 필요 없지만 굳이 사람들 입에 ‘반구대 암각화’가 더 자주 회자되는 이유가 있다. 해마다 물 속에 잠겨 보존의 사각지대에 놓여지기에 이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자체 할 것 없이 관심도가 높은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적어도 바위 면에 새겨진 그림의 숫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에 자신있게 답변할 수 있는 이는 얼마나 될까.

반구대 암각화는 높이 4m, 너비 10m의 ‘ㄱ’자 모양 절벽에 여러 가지 모양으로 새겨진 바위그림이다.

육지동물은 호랑이, 멧돼지, 사슴 등이 묘사되어 있다. 호랑이는 함정에 빠진 모습과 새끼를 밴 모습 등으로 표현된다. 멧돼지는 교미하는 모습을 묘사하였고, 사슴은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모습으로 표현했다. 작살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 등 해양생물도 그렸다. 사냥하는 장면에서는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의 모습을 새겼으며 그물이나 배의 모습도 사실적으로 표현했다. 이 모두는 사냥감이 풍성하기를, 사냥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길 기원하며 바위에 새긴 것이라고 추측하게 만든다.

조각기법으로는 쪼아서 윤곽선을 만들거나, 전체를 떼어냈거나, 윤곽선따라 갈아내는 방법들이 혼재한다. 신석기 말에서 청동기 시대에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선과 점을 이용하여 동물과 사냥장면을 생명력있게 표현했다. 사물의 특징을 실감나게 묘사한 탁월한 미술행위이자 종교미술이다. 선사인의 생활과 풍습을 알려주는 최고 걸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렇다면 반구대 암각화의 바위그림 갯수는 과연 몇 개나 될까. 미리 귀띔하자면 연구는 진행 중이고,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보다 앞으로 더 진척돼야 한다.

1984년 최초의 ‘반구대’ 보고서는 191점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후로 한동안 진척없이 시간이 흘렀다.

그러다 25년 전인 1997년께, 필자가 문화부 기자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당시 신정초등학교의 한 교원이 암각화의 갯수를 일일이 세어봤다며 신문사로 연락을 해왔다. 울산대학교의 탁본 자료를 가지고 하나하나 그림을 센 결과 새로운 그림을 찾았고 그림 숫자는 200여 개라고 알려줬다. 그나마 숫적으로 연구한 지역사회 첫 자료인지라 이를 신문기사로 소개했다.

20년 전인 2000년 울산대학교 박물관이 드디어 조사에 나서면서 바위그림 갯수는 296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탁본으로는 알 수 없던 바위그림이 현장 육안 검사로 드러난 것이다.

이후 2008년 개관한 울산암각화박물관이 2013년 반구대 암각화를 다시 조사했다. 이번엔 그림 11점이 더 확인됐다. 전체 숫자는 307점으로 또다시 늘어났다. 바위그림이 몰려있는 주요 부분 바깥에서 새로운 그림이 발견됐고, 바위와 바위 틈새에 끼어 그 것이 그림인지 아닌 지 헷갈리던 부분이 사람의 손길로 쪼아 새긴 그림으로 판명 된 것이다.

5년 뒤 2018년 1월에는 암각화에 대한 새로운 학계보고로 전국적인 관심거리가 되기도 했다.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가 정밀실측조사를 실시 해 기존의 연구결과에는 없던 46점을 새로 확인, 반구대 암각화의 그림 갯수가 353점이라고 밝힌 것이다. 353점 가운데 202점이 동물이고, 도구와 인물은 각각 21점과 16점이며, 나머지 114점은 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다고 했다. 가장 주목받는 고래 그림은 57점으로 파악됐다.

전호태(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소장은 “육안상 그림처럼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바위에 있는 인공의 흔적을 모두 찾았다”며 “새롭게 발견된 그림은 대부분 형태가 불분명하지만 호랑이와 사슴을 추가로 몇 점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반구대 암각화는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그려졌다고만 알려졌는데, 조사를 통해 최소 다섯 차례에 걸쳐 그림이 작성됐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는 지난해 연말 그림갯수 현황표, 전체실측도, 부분실측도, 3D스캔이미지 등을 한데담은 자료집 <한국의 암각화 2020>을 또다시 발간했다.

이처럼 바위그림 갯수는 연구자의 결과물마다 상당한 차이를 드러낸다. 조사방법의 차이나 표현물의 형상 인식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반구대 암각화의 정확한 그림 갯수는 여전히 연구가 진행돼야 할 부분이다. 아마도 새로운 연구결과물이 나온다면 그림 갯수는 또다시 달라질 수 있다.

그래도 암각화 전체의 내용과 구도를 종합해 보면 선사인의 생각과 생활상을 유추할 수 있다는데는 변함이 없다. 세계유산적 가치 역시 달라지지 않는다.

정동찬 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은 “봄가을엔 고래사냥을, 겨울에는 주로 사슴사냥을 했던 선사인들이 세대를 거듭하여 살아가면서 자연환경과 사냥대상 짐승의 변화에 따른 사냥수단과 기술의 발달, 사회체제와 사회관습, 사유체계의 변화 등 변화되는 삶의 모습을 남겨놓은 것으로, 집단의 살아있는 역사로 풀이할 수 있다. 선사인들의 사회·경제·종교·교육 등 생생한 삶을 총체적으로 기록한 요람으로 보아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 모든 그림들을 실제 반구대 암각화 현장에서 한번에 모두 확인하기는 어렵다. 바위그림의 훼손을 막기 위해 바위면 가까이 사람이 접근하는 일은 엄격하게 제한된다. 그나마 전망대가 조성돼 있지만 대곡천을 사이에 두고 100m 이상 떨어진 반구대 암각화를 망원경으로만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날씨가 흐리거나 안개가 낀다면 그마저도 힘들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장마나 호우로 대곡천 물이 불어날 때는 아예 암각화가 새겨진 바위면까지 물이 차 오른다. 소중한 바위그림이 흙탕물 속에 수장된 상황을 지켜보는 날이 일년 중 수개월 씩 지속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선 ‘학계의 조사연구 결과는 학계 만의 것이 아니’라는 호소도 흘러나온다. 이를 시민들과 제대로 공유할 때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더 크게 자란다. 아쉽게도 포털사이트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검색하면 이 소중한 세계유산을 관광지로만 소개하는 울주관광 사이트로 바로 연결된다. 바위그림 내용과 숫자에 대한 정보는 ‘육지동물과 바다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총 75종 200여 점’ 수준.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의 공동 주체인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아예 200여점, 307점으로 각기 다른 내용을 소개한다.

그나마 이마저도 없는 것 보다는 낫다는, 자조적인 한탄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가적으로 세계유산을 하나 더, 울산으로는 세계유산도시 타이틀을 안겨줄 소중한 문화재다. 이제는 그 동안의 연구과정을 정리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와 실감나는 영상콘텐츠를 곁들여서 언제 어디서나 쉽게 접속하여 공유하도록 해 주는 전용창 정도는 운영할 때가 됐다. ‘바위그림의 어제와 오늘’ ‘실시간 반구대 현장은’ ‘미학으로 접근한 선사그림’처럼 새로운 주제로 각계의 관심이 유도해야 우리 인류가 왜 반구대 암각화를 그토록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지를 제대로 알릴 수 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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