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철도교통의 새 시대를 앞두고 역이름 변경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울산시가 태화강역의 이름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한편 북구 송정역은 새로운 이름 제정을 위해 주민의견 수렴에 들어갔다. 울산시는 태화강역을 수소복합허브로 조성하기로 하면서 그 역할을 부각할 수 있는 이름으로 변경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송정역은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과 함께 호계역을 이전신설한 역사로 송정역(가칭)으로 불리고 있으나 역사의 위치와 지명이 일치하지 않아 새로운 이름이 필요해진 상황이다.

오랜 기간 울산역으로 불리던 태화강역은 10여년 전 KTX울산역에 이름을 내주었다. 이는 단순히 역의 이름을 바꾼 것에 그치지 않고 울산 철도의 중심이 신설 KTX울산역으로 바뀌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그런데 다시 전세가 바뀔 태세다. 태화강역은 동해남부선 복선전철화 사업과 함께 광역철도가 도입되면서 올해 말부터 울산~부산을 30분 간격으로 연결하게 된데다 내년말이면 준고속철도인 KTX-이음이 도입돼 서울까지 3시간 이내로 가까워진다. 태화강역 이용객이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고, KTX울산역에 내줬던 중심역사의 역할을 되찾게 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따라 울산시가 수소복합허브로서의 기능을 엿볼 수 있는 명칭을 지으려는 것과 무관하게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울산역이라는 이름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있을 수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적 인식도를 감안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이미 인지도가 높아져 있는 역사이름을 막무가내로 변경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난감함이 있다. 역사성에 대한 큰 고민없이 태화강역으로 바꾼데 따른 문제를 또다시 되풀이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혹여 송정역 등 또다른 역의 이용객이 더 많아진다면 또다시 이름을 바꿀 건가. 같은 맥락에서 수소라는 의미를 담은 역이름을 짓는 것도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수소산업의 미래에 따라 역 이름을 또 바꾸는 일이 생길 수도 있기에 말이다.

주민의견을 수렴중인 송정역(가칭)의 명칭으로는 북울산역, 신울산역, 박상진역 등이 나오고 있다. 지역주민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 주민의견 접수 이틀만에 1200건이 넘는 의견이 접수됐다.

역사(驛舍)의 이름은 역사(歷史)다. 상징성을 넓히고 싶은 인근 지역 주민들의 욕구에 휘둘려서도 안 되고, 시정 홍보를 담고자 하는 정치적인 야욕만을 좇아가서도 안 된다. 태화강역, 송정역, KTX울산역의 관계를 염두에 두고 가장 오래도록 지역적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는 보편타당한 이름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