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공공의료의 중요성이 대두됐다. 우리나라 공공의료는 전체의료기관 대비 5.5%, 병상은 9.6%에 불과하다. OECD 평균의 10분의1 수준이다. 심지어 울산은 공공의료 병상이 ‘0’인 도시다. 우리나라 대표적 산업도시로서 공공의료의 필요성이 전국 최고인 도시임에도 여태 공공의료시설이 전무했던 것이다. 때마침 정부가 ‘2025년까지 지방의료원 9개를 신설하고 1개를 증설해 5000병상을 만들겠다’고 밝히자 울산시는 시민적 요구에 힘입어 공공의료원 유치에 나서기로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울산의 오랜 숙원이던 산재모병원 건립이 산재전문공공병원으로 바뀌어 지난 2019년 1월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선정돼 진행 중이다. 2059억원이 투입되는 산재전문공공병원은 300병상 규모에 18개 진료과가 운영된다. 2025년 개원이 목표다. 산재전문공공병원은 산재병원에 연구기능을 더하고 공공병원도 합쳐진 새로운 형태로, 공공의료원과 중복성이 없지 않다. 울산시는 산재전문공공병원이 설립된다고 해도 진료과목이 산업재해에 집중되는데다 공공병상 수가 대구·광주 등 다른 광역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를 설득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본보 취재에서 기획재정부는 “울산에는 이미 공공병원 설립 사업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해주었다”고 말했다. 공공의료원 설립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재부의 반응은 다른 시도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산재전문공공병원과 공공의료원의 동시추진은 어렵다는 뜻이다. 결과적으로 울산에 공공의료원 설립이 불가능하다면 산재전문공공병원이 설립되더라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증 발생시 공공의료·병상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은 여전할 전망이다. 울산시가 가능성이 낮은 공공의료원 설립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산재전문공공병원의 규모와 기능의 조기 확대 등 다른 대안도 함께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