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교사는? 실력 좋은 교사, 학생을 사랑하는 교사를 떠올렸다면 안타깝게도 틀렸다. 정답은 ‘편한 교사, 순한 교사, 출장 자주 가는 교사’다. 이건 학생이 잘못이 아니라 고통과 간섭을 싫어하는 인간의 본능 차원이다.

교사와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원칙을 칼같이 준수하고, 잘못을 질타해주고, 태만함을 지적해오면 고마움을 느끼는 게 아니라 ‘지가 나를 가르쳐?’ ‘저 선생 싸가지 없네’ ‘저 학부모 진상이네’ 앙심을 품는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니까 당장의 달콤함을 택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달콤함에 젖지 않고,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교사를 꿈꾸는 학생,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하려는 학부모, 연수원에 들어간 교사, 학부모인 교사 등 상대방의 입장에 서있는 사람들은 양쪽의 고충을 잘 이해한다. 이들은 좋은 약, 충언, 쓴 소리의 값어치를 알고, 때로는 양측을 중재하는 조정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기특한 사람들에게는 꽃 길은 커녕 오히려 고통이 더 많다. 학부모인 교사의 애환을 들여다보자.

첫째, 양쪽으로부터 비난 받는다. ‘저도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말을 해봤자 학부모의 눈에는 동료 학부모가 아니라 충고질 해대는 선생일 뿐이다. 교무실에서 ‘저 부모는 충분히 그럴만 해요’ 했다가는 동료 교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둘째, 양쪽의 의무를 다 해야하니 일이 많다. 코로나 재택근무로 집에서 온라인 수업할 때 교사는 학생들 잠 깨우느라 진을 다 뺀다. 공강 시간에는 과제물 점검하느라 바쁘다. 점심 시간에 밥을 먹는 게 아니라 자녀에게 밥을 차려주느라 바쁘다. 특히 4교시 화상수업 진행 중에 자식이 문 열고 ‘엄마, 밥’ 하면 수업 흐름이 끊기고,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스피커에 울려퍼진다.

셋째, 자녀의 입학식, 졸업식, 축제, 참관수업에 참가 못한다. 담임이 제 자식 입학식 보러간다고 자기 반을 내버려두면 이건 자녀사랑이 아니라 직무유기다. 학부모의 역할보다 교사의 역할(출근, 수업)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자녀의 잘못으로 인해 학교에 불려가면 동종 업계 교사에게 싹싹 비느라 창피하고, 수치심이 평생 간다.

넷째, 자식이 잘못하면 부모로서, 교사로서 모두 비난받는다. ‘자식은 마음대로 안된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위로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지 자식도 못가르치는 주제에 남 자식을 가르쳐?’ 더 큰 질책만 존재한다.

한 마디로 학부모의 고통, 교사의 고통 모두를 덮어썼다는 얘기다. 좀 있으면 졸업식이 다가온다. 자녀를 둔 교사들은 이번에도 제자의 졸업식을 우선시하느라 자녀의 졸업식에 참석 못할 것이다. 그러고보니 학창시절 필자의 졸업을 축하해준 은사들 상당수가 자식이 있는 학부모였으리라.

김경모 현대청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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