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식→사전 후보자 등록’ 바뀌면서
회장 선거 편가르기·감투싸움장 변질
단임제·러닝메이트 검토, 분열 막아야

▲ 김창식 정치·경제부장 겸 부국장

울산상공회의소 차기 회장 선거가 갈수록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3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것도, 회장선거의 대의원 선거인단이 되는 의원 선출선거(3일)를 실시한 것도 이례적이다. 도대체 상의 회장이 얼마나 좋은 자리이길래 이처럼 뜨겁게 탐하고 갈구하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로 상의 회장 선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름 가득한 지역 상공계를 집어삼키고 있다.

울산상의 회장은 10만여 울산의 상공인을 대표하는 명예직으로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을 겸직한다. 상의 회원사인 상공인들의 불편 해소와 권익을 대변하는 순수 경제단체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이 전부다. 일선 지방자치 단체장과 달리 권한도 없다. 오직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와 헌신의 마음이 전제돼야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명예직이다.

역대 울산상의는 18대까지는 회장단 추대 형태로 차기 회장을 선임(선출)했다. 선거방식은 후보자 등록없이 모든 일반의원이 회장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 교황식 선출방식을 따랐다. 국회나 지방의회 의장단을 구성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그동안 전국 상의 가운데 가장 평온하고 자연스럽게 회장단의 인수·인계가 이뤄진다는 평가를 받은 울산이었다.

지역 상공인간 불협화음이 커진 것은 19대 회장 선거때부터. 선거방식이 종전 ‘교황식 선출방식’에서 ‘사전 후보자 등록방식’으로 바뀐데 시작됐다. 종전의 회장단 주도 특정인의 회장 추대형식이 사실상 차단됐다. 오직 상공계의 지지세력을 보다 많이 확보한 후보가 차기 회장에 당선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의 회장선거도 시나브로 정치판의 선거양상으로 급전환됐다. 단지 선거권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상의 회원사라는 점이 다를 뿐, 정치판 선거 못잖게 과열양상을 빚고 있다. 상공인 대상의 제한선거인 탓에 정책선거, 공약선거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공직자처럼 재산을 공개하고, 인사청문회를 통해 출마 후보자를 검증할 기회도 없다.

상의 회원사인 상공인들의 표심잡기로 승부가 가려진다. 때문에 상의 회장선거는 지역·학연·혈연선거에 더해 회장 출마자의 계열사·협력사(거래처)까지 가세하는 ‘기업 편가르기 전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이미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의 회장선거에서 회원사의 연회비를 대납하는 금권선거, 관권선거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다. 상대방의 업종과 기업규모를 따져 출마 자격 운운하는 흑색·비방 선거도 한창이다.

감투싸움장이 된 상의 회장이 누릴수 있는 기대이익은 무엇일까. 정치권 줄대기와 줄서기? 출마자 운영 기업의 사세 확장? 사회적 신분세탁? 항간에 무차별적으로 떠도는 각종 루머를 탐하기 때문은 결코 아닐 것이다. 아니라고 믿고 싶다.

그런데도 울산 상공계는 회장선거로 아슬아슬하고 위험천만한 선거바람에 휘말려들고 있다. 니편 내편식 편가르기가 한창이다. 이대로라면 회장선거 이후 지역 상공계 분열과 갈등의 후유증을 남겼다는 불명예를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 회장단이 상공인들의 갈등과 앙금을 말끔히 씻어내 화합의 상공계로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주력 제조업의 성장력 둔화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잃어버린 10년’을 맞은 울산이 아닌가.

차기 울산 상의회장은 진정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자로서 확고한 철학과 지역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미래를 향해 다시 나아갈수 있는 안목을 가진 후보자가 돼야 한다. 그런면에서 차제에 상의 선거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울산상의회장 임기를 단임제로 못밖아 문호를 더 개방하고, 논란의 중심에 선 상근 부회장도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회장과 러닝메이트로 임기를 함께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임기후 자연스럽게 ‘새 술은 새 부대에’ 부을 수 있을 것이다. 벌써부터 예고된 3년후의 혼란을 막기위해 상공인들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창식 정치·경제부장 겸 부국장 goodg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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