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가 2년치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오는 5일 열리는 조합원 전체 찬반투표에서 이 잠정합의안이 통과하면 임단협은 최종 타결된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1년 9개월여만에 도출된 것이어서 여느해 보다 의미가 깊다. 특히 코로나19로 지난 한해 동안 울산 경제가 극도로 위축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잠정합의안은 지역 주민들에게 꽉 막혔던 숨통을 일시에 틔워주는 청량제라고 할 수 있다.

노조는 “구성원들과 지역 주민들이 하루속히 타결되기를 바라고 있는 만큼 많은 고민 끝에 잠정합의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노조의 이같은 언급은 지역사회와 함께 고통을 나누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동구를 비롯한 울산지역 주민들은 안 그래도 얼어붙은 지역경기가 언제쯤 풀리려나 노심초사 해왔다. 그런 면에서 5일 진행될 예정인 찬반투표는 울산 최고의 현안일 수밖에 없으며 반드시 가결돼야 한다. 행여 부결을 주장하는 노조원들도 있겠으나 지금까지의 민심은 이미 가결로 기울어진 듯하다.

지난 1년 9개월 동안 끌어오던 임단협은 지난 2019년 5월31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시작됐다. 이날 안건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현대중공업을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분할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고용불안과 생산기지로의 전락 등을 우려하며 지속적으로 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그 동안 34차례의 파업을 했고, 회사는 이에 맞서 3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제기, 폭력 행위자 해고, 파업 지속 참가자 1400여명 징계 등의 조치를 하면서 갈등의 골은 깊어졌다. 그러나 노사는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1월 2년치 통합교섭에 들어갔고, 1년 9개월만인 지난 3일 마침내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이번 잠정합의안은 노사 양측이 한발씩 양보함으로써 마련할 수 있었다. 노조는 임단협 타결이 계속 지연되자 초조해졌고, 회사는 회사대로 현장 안전사고 발생과 생산성 하락 등이 계속되자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잠정합의안은 노사간의 긍정적인 ‘양보’와 ‘대립 관계 청산’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켰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 잠정합의안이 가결되면 최대 2620억원이 풀릴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원 1인당 금액으로 환산하면 1400만원 이상이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설 명절을 앞두고 지역 주민들에게 훌륭한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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