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가정 재희네
경상일보-초록우산 연중캠페인

▲ 얼마 전 돌이 지난 재희(가명·2)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연립주택으로 녹물이 나오고 누수로 벽지 곳곳이 얼룩졌다.

홀로 낯선 울산 정착한 엄마
기초수급자 지원금으로 생활
아이 어려 취업도 쉽지 않아
전세금 올라 이달중 방 빼야
LH 전세임대 입주대상 선정
자가부담금 마련 못해 걱정

얼마 전 돌이 지난 재희(가명·2)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 3년 전 재희 엄마는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학교도 그만두고 고향을 떠나 울산에 정착했다. 남자와 함께 생활하던 중 천사같은 아들 재희가 찾아왔다. 그러나 재희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남자는 연락이 끊겼다. 결국 재희 엄마는 미혼모단체의 도움을 받아 홀로 아이를 출산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전셋집도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아 본인부담금 450만원으로 마련했다.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연립주택으로 녹물이 나오고 누수로 벽지 곳곳이 얼룩졌지만, 재희 엄마는 만족했다. 재희가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는 집이기에 더 깨끗이 정리하고 매일을 쓸고 닦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안 내부 공간을 보면 오래된 건물의 나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다.

얼마 전부터 재희는 걸음마 연습을 시작했다. 또래보다 작은 재희는 아직 걷지 못하지만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재희 엄마는 그만뒀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학교를 졸업하지 못했기에 집에서 사이버 강의로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재희 엄마에게는 작은 꿈도 생겼다. 고등학교 과정 졸업 후 대학에 진학, 상담 공부를 하는 것이다. 상담사라는 제대로 된 직업을 갖고 재희와 행복하게 지내고 싶다고 한다.

아동 양육과 자립을 위해 열의를 보이는 재희 엄마지만, 최근 큰 고민이 생겼다. 부동산 폭등으로 주변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집 주인이 전세금 인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홀로 어린 재희를 키우며 검정고시를 준비중이던 엄마에게는 그만한 자금이 없었다. 두 식구의 한 달 생활비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받는 정부보조금이 전부다. 이 돈으로 공과금, 식료품, 생활비 등을 마련하기도 빠듯한데, 목돈 마련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거주지에 걸려있는 전세 본인부담금도 450만원 중 300만원이 빌려서 낸 돈이다. 가족과 고향을 떠나 울산에 정착한 재희 엄마는 근처에 도움을 요청할만한 지인도 없다. 나가서 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이제 막 돌이 지난 재희를 어린이집에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집 주인은 전세금을 올려주지 않을 거면 이달 중으로 퇴거하라고 요청한 상황이다. 재희 엄마는 다른 방법이 없어 이사할 집을 알아보고 있다. 지금 거주하는 집과 비슷한 규모의 전셋집을 알아봤으나 부채상환과 전셋집 하자수리 비용을 내고나면 새 집 보증금은 커녕 이사비 마련도 어렵다.

앞이 캄캄한 현실에 좌절하던 재희네 가족은 인근 사회복지기관에 도움을 요청했다. 사회복지기관과 함께 울산시 내 주거복지사업을 알아봤고 마침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LH 전세임대 입주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이번에 재희네 가족이 선정된 LH 전세임대 유형은 입주대상자로 선정 시 전세금 최대 9000만원 한도 내에서 전세금 95%를 LH가 지원한다. 즉 재희네는 시세 5%의 전세금만 자부담하면 전세임대 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은 무겁다. LH 전세임대 주택을 구한다고 해도 수백만원에 달하는 전세금 5%를 마련할 길이 마땅치 않아 걱정은 커져만 간다. 정세홍기자 aqwe0812@ksilbo.co.kr

※울산지역 아동이 집다운 집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후원에 동참하고 싶다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울산지역본부(275·3456)로 전화 혹은 QR코드로 접속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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