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멧돼지 그림(약 4만5000년 전).

바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인간의 가장 오래된 예술적 표현의 하나로, 바위는 인류가 최초로 사용한 캔버스라고 할 수 있다. 바위그림에는 염료를 이용해 채색하는 ‘암채화’와 다양한 기법으로 바위에 그림을 새기는 ‘암각화’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장 오래된 인간의 예술은 무엇인가? 연구자에 따라 이견이 있지만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블롬보스 동굴에서 발견된 약 7만년 전 기하학적 그림이 가장 오래된 예술의 하나로 보기도 한다. 동물이나 사람 등을 그린 구상화로는 스페인의 알타미라, 엘 카스틸로 동굴, 프랑스 쇼베 동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동굴벽화는 약 4만년 전 부터 그려졌기 때문에 유럽의 동굴벽화를 가장 오래된 인간 예술 작품으로 간주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섬에서 약 4.5만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멧돼지 그림이 확인됐고 보르네오 섬에서는 약 5만년 전 그려진 그림들이 동굴에서 발견됐다.

▲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이른 시기의 동굴벽화가 유럽에서 집중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대부분의 연구자들은 예술의 시작을 유럽으로 보았다. 하지만 연구자들의 탐사와 연구 활동의 증가로 유럽과는 다른 아시아 지역에서의 상징적, 예술적 표현이 반영된 바위그림이 확인되고 있어 선사 예술의 시기와 지역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점차 변화되고 있다. 한반도에서는 신석기시대 제작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가 가장 이른 시기의 바위그림이며, 이를 통해 당시 한반도 동남부 지역 사람들의 의식과 생활, 문화 등을 비롯해 예술적 감각과 표현력 등을 이해할 수 있다.

예술은 문자 이전에 그 역할을 대신해 주었을 것이다. 그래서 각 지역에서 나타나는 바위그림은 특정 메시지나 생각, 기억을 전달하고 소통을 위한 인류의 보편적인 표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전 세계에서 확인되는 바위그림들을 통해 오랜 시간 그림을 하나씩 새겨나갔을 당시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보면 선사예술, 즉 바위그림을 통해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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