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한성 외솔초 교사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의 ‘한국 생태발자국 보고서 2016’에 따르면 인류가 현재 한국인처럼 산다면 약 3.3개의 지구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생활 기준으로 1개의 지구가 필요했던 시기는 이미 1960년대 후반에 지나갔다. 또한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계속 배출한다면 2050년 한반도의 평균 온도가 약 3℃ 오를 것이라고 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이를 우리 몸의 온도가 3℃ 상승한 것에 비유하며, 그것은 곧 죽음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존재하지만, 기후변화 이후의 인류는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이다.

다행히 울산시교육청에서는 생태교육에 관심을 두고 다양한 교육정책을 마련하였다. 기존에 운영했던 울산들꽃학습원, 지속가능발전교육은 물론 학교환경교육 진흥 조례 제정, 기후위기대응 교육센터 설립 추진, 각종 연수와 모델학교 운영, 학교 숲을 활용한 생태교육, 채식 급식의 시행, 유전자 변형 가능성이 큰 식재료에 대한 Non-GMO 검사, 친환경 인쇄용지와 잉크를 사용한 울산교육소식지 제작 등을 했다. 이런 정책은 분리수거, 1회용품 및 잔반 줄이기 등 ‘개인 노력’만 강조한 수준을 넘어 ‘학교 시스템’을 친환경으로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이러한 시스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채식 급식은 아이들의 피부에 와닿는 일이라 관심도 크다. 채식 급식은 초기에는 매월 혹은 격주로 시행됐으나, 2021년부터 매주로 확대된다. 건강·종교·윤리의 이유만이 아니라 공장식 축산을 줄이기 위한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담고 있다고 설명해주니 아이들도 이해했다. 아마도 미세먼지, 코로나19, 이른 폭염과 최장 장마, 북극 한파 등의 복합적인 관심이 작용한 듯하다.

물론 환경학자들은 환경교육이 이미 환경오염 인식의 1기, 자연 체험의 2기를 넘어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시도하는 3기 단계를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적어도 성인이 아닌 아이들이 생태문맹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우선 삶 속에서 자연을 체험하면서 느낄 기회를 충분히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인 타일러 라쉬(Tyler Rasch)는 어릴 적 미국 동북부의 버몬트 시골 마을에서 야생동물을 관찰하며 자연 속에서 성장했다고 밝혔다. 그가 생태교육에 관심을 두고 이를 실천하면서 <두 번째 지구는 없다>를 출판한 것도 이때 경험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기후변화를 과학적 지식만으로 논의하면 아이들의 피부에 와닿기 어렵다. 어른이 영양학 지식을 아무리 배워도 입맛을 바꾸기 어려운 것과 같다. 아이들이 딛고 사는 땅과 물에 대한 사랑이 공동대응의 토대가 될 것이다. 이런 바탕이 지구온난화와 햄버거, 아마존 산불과 채식, 산림파괴와 감염병 등의 관련성을 이해하게 하고, 행동으로도 옮겨질 것이다.

미국의 생물학자였던 레이철 카슨(Rachel Carson)도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느끼지 않고 ‘경이감 101’이라는 강좌 형태로 듣고 깨닫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했다. 가정에서도 아이들이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삶에서 느낄 기회를 갖길 권한다. 그것이 우리 아이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윤한성 외솔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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