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우월감 자극하는 트럼피즘 여전
IS나 극좌세력보다 더 미국사회 위협
바이든 “분노·증오·무법과 싸우겠다”

▲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영문학

2021년 1월21일 미국에서는 바이든 대통령 시대가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결과 불복과 폭도들의 의사당 난입이라는 초유의 혼란을 끝내고, 미국 제46대 대통령이 취임한 것이다.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고별연설 말미에 “나는 지켜볼 것이고 들을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돌아오겠다”고 말해, 불복의 의사를 분명히 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펜스 부통령의 이성적인 판단으로 상원에서 대통령 선거인단 결과를 인준했고 절차에 따라 새 대통령이 업무를 이양받았다. 그는 대표적인 백인복음주의 정치인이었으나 패배를 인정할 줄 알았고 사리분별력이 있었다.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연설의 핵심 메시지는 ‘통합과 단합’이었다. 또한 바이든은 “백인 우월주의, 국내 테러리즘과도 맞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분노와 증오, 극단주의, 무법에 맞서 단합으로 싸워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말의 숨은 의미는 이렇다: 트럼프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근거없는 선거불복을 말했다. 이들의 가슴은 백인 우월감으로 타인종에 대한 분노와 증오심으로 가득차 있으며 극단주의에 빠져 총기 사용 등 무법을 저지르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 음모론을 양산하며 테러를 자행할 것이다. 미국의 새 대통령은 당분간 코로나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백인우월주의라는 또다른 악성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계속해야 할 듯 하다.

양식 있는 미국민을 놀라게 했던 사건은 작년 6월 백인경찰이 대낮 거리에서 무자비하게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사건이다. 그의 죽음의 원인은 ‘공권력의…목 압박으로 악화된 심폐 정지’이었다. 해당경찰관은 백인 외의 인종은 공권력의 이름으로 언제든지 어디에서든지 죽일 수 있는 권한을 자신이 가지고 있다는 잠재의식을 보여주었다. 또한 이 반인륜적이고 무모한 행동을 윗선에서 눈감아 줄 것이라는 확신을 보여줬다. 오바마 시대부터 분노와 증오를 축적해오던 백인우월주의자들은 ‘프라우드 보이스 Proud Boys’와 ‘신 나치 Neo-Nazi’ 등 자칭 대안우파(Alternative Right)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은 근거없는 인종적 우월감, 자신들만이 애국자라는 환상, 폭력으로 목적을 달성하려는 조직결성 등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주체 못하는 분노와 증오는 영리한 트럼프에게 포착되었고, 트럼프는 이들의 SNS에 다가가 ‘좋아요’를 누르고 리트윗을 해주며 이들을 옹호했다. 이에 이들은 트럼프를 황제처럼 모시며 스스로 광신도가 됐다. 그러나 양식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볼 때, 이들의 언행은 자랑스럽지도 애국적이지도 않았다. 이러한 극단적 우파들 때문에 미국 공화당은 길을 잃고 헤매고 있으며 구심점 없는 정당으로 퇴보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이번 선거에서 롬니와 매케인 부인 등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과 당원들이 반 트럼프 전선을 형성했고 상대당 후보인 바이든을 찍자고 선거운동을 하였을까?

백인우월주의자들의 폭력성은 가슴속에 잠재하여 있다가 트럼프의 집권 이후 바이러스처럼 기승을 부렸고 트럼프와 대선을 고리로 창궐한 것이다. 문제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배하였다고 금방 사라질 병이 아니다. 백인우월감을 자극하여 이득을 취하려 한 트럼피즘의 후유증은 바이든 대통령 시대에도 여전히 살아남을 것이다. 보수성향의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020년 펴낸 테러 보고서에서 미국사회에 가장 심각한 위협은 IS나 극좌 세력보다는 극우 백인 우월주의자라고 밝혔다. 지난 6년간 미국내 테러 및 테러모의 사건 중 57%가 극우 테러리스트들이 저질렀다고 보고했다. 미국에서 극우는 백인 우월주의자와 신나치, 반유대주의자 등을 주로 말한다. 이들의 문제는 걱정한다고 또 비난한다고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지혜로운 대처를 기대해 본다. 한규만 울산대학교 교수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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