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 (6)세계유산도시의 시민이라면 이 정도는 ③

▲ 관광객들이 반구대암각화 30m 앞까지 다가가서 선사시대 바위그림을 감상하고 있다. 2020년 1월 문화재 근접관람 시범운영 프로그램 일환. 경상일보 자료사진

‘반구대 암각화’의 연관검색어 1위는 단연 ‘유네스코 세계유산’일 것이다. 언제나 함께 회자된다. 반구대 암각화가 이미 세계유산이라고 착각할 정도다. 외지의 역사문화 전문가 중에는 실제로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 앞에서 바위그림을 가리켜 ‘세계유산’이라고 소개한다. 이 모든 것이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등재에 얼마나 많은 행정력이 집중되는지, 세계유산등재를 바라는 시민들 염원이 얼마나 뜨거운 지 알려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울산의 숙원이자 도시역사의 정체성과 직결되는 ‘세계유산’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10여년간 ‘잠정목록’ 머문 반구대암각화
문화재청 이달 말 ‘우선등재목록’ 결정
등재신청후보·등재신청대상 과정 거쳐
유네스코 본회의 통과땐 세계유산 등재
세계유산 등재땐 국제적인 협력의 대상
국제 기구·단체 기술·재정적 지원 받아
유네스코, 6년마다 상태점검 지위 박탈도
세계유산 보존 지속 관심·지원 뒤따라야

◇유네스코 등재유산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이하 유네스코·UNESCO)는 1972년부터 인류와 역사보존을 위해 마땅히 보호되어야 할, 현저한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유산을 선별해 ‘유네스코 등재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유산은 크게 △세계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세계기록유산으로 구분된다.

그 중 세계유산은 부동산 유산에 해당된다. 이는 또다시 △문화유산 △자연유산,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갖고 있는 △복합유산으로 구분된다. 한국의 세계유산은 총 14건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아직 세계유산이 아니다. 다만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잠정목록(국내 총 13건) 안에 포함돼 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은 무형의 유산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의 인류무형유산으로는 종묘제례, 판소리, 처용무, 줄타기, 매사냥, 농악, 줄다리기, 제주해녀문화, 씨름, 연등회, 김장, 아리랑 등 21건이다.

세계기록유산은 고문서 등 전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자 1997년부터 2년마다 선정하고 있다. 한국의 세계기록유산은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동의보감, 난중일기, 새마을운동기록물, 조선통신사기록물 등 16건이다.

◇세계유산이 되려면

지난해 연말 울산시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세계유산분과)에 반구대 암각화를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올려 줄 것을 신청했다. 결과는 이번달 말 판가름 난다.

혹자는 이번 심의를 통과할 경우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 등재가 바로 이뤄지는 줄 안다. 10여년 간 잠정목록에 머물다가 우선등재목록에 올랐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선등재목록에 올랐어도 유네스코 세계유산 본회의에 상정되기 까지는 등재신청후보, 등재신청대상이라는 두 단계를 더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문화재 중 우선등재목록에는 2건의 문화재가 이미 올라 와 있다. △서남해안 갯벌과 △가야고분군이다. 서남해안 갯벌은 등재신청대상까지 올랐으나 세계유산 등재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중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해마다 6~7월에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본회의가 지난 해에는 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야고분군은 그 보다 한단계 낮은 등재신청후보 단계에 와 있다고 보면 된다.

문화재청은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통상 2~4건의 문화재를 둘 수 있다. 이번달 말 반구대 암각화에 대한 심의가 진행돼 위원회가 안건을 통과시킬 경우 기존의 서남해안 갯벌과 가야고분군과 함께 총 3건이 오르게 된다.

이처럼 우선등재목록에 올랐다해서 유네스코 본선에 바로 올라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수차례의 보완과정을 거쳐 등재신청후보와 등재신청대상 타이틀을 먼저 거머쥐어야 가능하다. 이 과정에는 잠정목록 안의 또다른 유산, 비무장지대(DMZ) 세계유산과 같은 새로운 후보군과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세계유산 등재효과는

세계유산이 되면 무엇이 좋을지 묻는 이들이 있다.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우리 손으로 가꾸면 될 일이지, 굳이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소모적인 세계유산등재를 추진해야 하느냐는 질문이다.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이해관계 때문에 지자체간, 행정과 시민단체간, 시민과 시민단체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세계유산등재는 해당 유산의 보호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과 실질적 지원을 끌어들이는데 매우 효과적이다. 한 국가의 문화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로 작용하기 때문에 유산 소재 지역의 자긍심을 일으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유산 보호를 위한 책임감도 높아진다. 세계유산도시들이 연대하여 추진하는 문화재정책이나 역사문화행사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된다.

세계유산은 국제적 협력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유산보호를 위한 각종 사업에 국제기구 및 단체들의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의 추가적인 관심과 지원으로 보존계획 및 관리의 수준이 향상된다. 인지도가 높아져 방문객이 늘어나면 고용기회 및 수입도 늘어난다.

무엇보다 세계유산 등재는 해당 유산의 소유권이나 통제에 영향을 주지 않으며 소유권은 등재 이전과 동일하게 유지되고 국내법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다만, 이같은 지위가 영원히 유지되는 건 아니므로 지속적인 관리는 필수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유산은 6년마다 유산의 상태를 점검해 세계유산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세계유산 지위가 박탈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9년 독일의 엘베강 유역이 콘크리트 다리 건설로 경관이 훼손돼 자격이 박탈됐다. 2007년에는 유전개발 때문에 오만의 아라비아오릭스 보호지역 90%가 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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