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브랜드 출원할 계획이라면
외국에서도 상표등록 받아둬야
유사상표 인한 피해 막을 수 있어

▲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짝퉁’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가짜나 모조품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어릴 적에 많이 듣던 ‘유사품에 주의하세요!’라는 말이 기억난다. 과거 지식재산권에 무지한 시절 우리 주변에는 소위 짝퉁이 정말 수도 많았다. 학창 시절 ‘나이키’의 유사상표인 ‘나이스’가 생각난다.

지난 달 21일 SBS 8 뉴스에 따르면 중국 상표평심위원회는 “중국의 ‘설빙원소’ 상표등록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이례적으로 중국 정부기관에서 한국 ‘설빙’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의 원조 프랜차이즈 업체 상표인 ‘설빙’을 모방한 중국 상표브로커 업체는 중국에서 ‘설빙원소’ 상표를 출원하여 선점한 후에 상표 외에도 매장 인테리어, 영업방식까지 그대로 한국업체를 모방하여 이익을 취해 왔다. 그 업체 공식 메신저에서 “설빙 드실 때 ‘설빙원소’ 상표를 꼭 확인하세요!”라고까지 했다고 한다. 이번 판결로 한국 업체는 적어도 상표 문제에서만큼은 한시름 놓게 된 것 같다.

중국에서는 서울우유, 네네치킨, 네파, 설화수, 이니스프리 등 한국의 제품 브랜드 외에도 신서유기 등의 방송프로그램 명칭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상표를 무단 선점하는 사례가 있어 왔다. 무단 도용된 한국 상표 수는 40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상표브로커가 문제되지만 중국은 스케일 자체가 다르다. 동일 상표의 선점이 문제되자 유사한 상표를 등록받는 경우도 있다.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를 모방한 ‘설안수’와 ‘네이처리퍼블릭’을 모방한 ‘네이처리턴’이 그 예이다. 유사한 상표의 경우에도 출처혼동을 일으키는 면에서는 동일 상표와 마찬가지여서 상표법에서는 거의 같은 취급을 한다.

일본 ‘무인양품’도 대표적인 피해기업으로서, 한자인 무인양품(無印良品)과 MUJI를 동시에 표기한 상표를 사용하는 브랜드이다. 수년 전 중국최고인민법원은 일본 무인양품이 아닌 중국 무인양품(无印良品)의 손을 들어준 적이 있다, 결국 일본 기업은 중국 내에서는 일부 상품에 대해서 오로지 ‘무지(MUJI)’로만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속지주의 원칙상 상표권의 보호는 각국별로 독립적이다. 따라서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등록된 상표라도 외국에서 보호받고자 한다면 외국에서 별도로 등록받아야 한다. 이는 B국에서 등록을 받았든, 유명상표이든 상관없이 A국에서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불합리한 면이 있어서 속지주의 원칙에 수정이 가해지고 외국 상표를 모방하는 상표의 등록을 허용하지 않는 제도들이 생겨나고 있다. 2019년 도입된, 악의적인 상표의 등록을 금지하는 중국 상표법규정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설빙’ 사건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브로커들은 더욱 지능적인 방법을 궁리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상표브로커 사건을 다루는 주요 언론에서는 상표의 선점과 모방이 일어난 후의 사후적 대응조치만을 대책으로 다루고 있는 경향이 있다. 중국 내 상표 출원 현황의 수시 확인, 증거 수집 등의 분쟁 대응조치가 그 예이고 특허청에서도 이에 맞춰 법적 분쟁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조치는 물론 상표주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이고 완전한 방법은 당해 외국에서 상표등록을 미리 받아두는 것이다. 국내 출원도 서둘러야 하겠지만 진출하려는 외국에서의 출원도 서둘러야 한다. 늦어도 국내 출원일로부터 6개월 안에는 외국 예컨대 중국 특허청에 출원하여야 한다. 중국에서 열리는 박람회나 전시회에 참가하는 경우라면 반드시 중국에 상표출원부터 하고 볼 일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중문상표도 많이 사용되기 때문에 별도로 이를 네이밍해야 하는 등 시간이 꽤 걸리므로 더욱 출원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고사성어 ‘유비무환’을 떠올린다.

김지환 김지환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