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없어 연맹은 처벌 어렵고
구단은 다각도 고려해 고민중

겨울철 인기 실내 스포츠 입지를 굳혀가던 한국 프로배구 V리그가 ‘학교 폭력(학폭) 논란’으로 휘청이고 있다.

학교 폭력이 프로배구에서 공론화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해자로 지목된 선수들의 소속팀은 징계 등 후속 대책을 고심 중이다. 다른 구단도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실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여자프로배구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과 이다영은 현재 팀 숙소를 떠난 상태다.

중학교 시절 학교 폭력 의혹이 불거졌고, 둘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혹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인기와 비례해 이재영-다영 자매를 향한 비판 수위도 높다.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가 여러 명이고, 또 다른 피해자도 나온 터라 논란이 더 커질 수 있다.

남자부에서도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졌다. OK금융그룹 레프트 송명근과 심경섭은 학교 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자, 고교 시절과 중학생 때 A씨를 폭행했다고 시인했다.

OK금융그룹은 포털사이트에 둘을 향한 폭로가 나오자, 곧바로 조사를 시작했고 입장문을 발표해 사과했다.

배구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 등을 살피면 인터넷 여론은 가해 선수들의 징계 수위에 쏠려 있다.

흥국생명과 OK금융그룹 구단 모두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징계 수위’에 관한 고민은 깊다.

흥국생명 구단도 이재영과 이다영이 올 시즌 남은 경기에 출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잔여 경기 출장 정지’ 처분이 나온다면, 외부에서 징계의 실효성을 지적할 수도 있다.

구단은 징계와 재발 방지, 선수 보호를 모두 고려해야 하는 터라, 결정을 내리기가 더 어렵다.

OK금융그룹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

종목 내에 전례가 없어 처벌 기준도 불명확하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이재영, 이다영, 송명근, 심경섭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고민한다.

결국, 시선은 가해 선수를 보유한 소속팀에 쏠릴 수밖에 없다.

당장 흥국생명은 16일, OK금융그룹은 18일에 홈경기를 치른다.

무척 신중해야 할 사안이지만, 대처가 너무 늦으면 팀 내 다른 선수들도 달갑지 않은 시선에 노출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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