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설 연휴가 끝나는 날 비가 내렸다. 오는 18일은 눈이 녹아 비(雨)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水)이 되는 우수(雨水)다. 우수를 앞두고 필자의 집 앞 작괘천 바위술잔에도 얼음이 점점 녹아가고 있다. 이 맘 때가 되면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린다. 그럼에도 두꺼운 지각을 뚫고 올라오는 꽃이 있으니 바로 복수초(福壽草)다.

겨우내/ 열병으로/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하얀 눈 발자국에/ 노란 봄을/ 여기저기/ 토해놨구나 ‘복수초’ 전문(송재범)

복수초는 어른들께 세배 드리러 갈 때 선물로 가지고 가는 꽃이다. 복수초는 설날 꽃이 피어 ‘원일초(元日草)’라고도 부른다. 원일(元日)은 설날을 뜻한다. 복수초는 한자 뜻 그대로 설날 어른들에게 복(福)과 장수(長壽)를 기원하는 꽃이다. 이 외에 눈 속에 피는 연꽃이라 해서 설연화(雪蓮花), 얼음 사이에 피는 꽃이라고 해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

▲ 이재명 논설위원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얼음새꽃’ 일부(곽효환)

복수초의 속명은 아도니스(Adonis)다. 아도니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연인이다. 아도니스는 사냥터에서 멧돼지에 받혀 피를 흘리며 죽었는데, 그 자리에서 복수초가 피어났다. 꽃말도 ‘슬픈 추억’이다. 울산에서는 북구 어물동 일원에 자생지가 있다. 이 맘 때가 되면 복수초를 사진에 담기 위해 출사객들이 줄을 잇는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복수초는 씨앗이 싹을 틔우고 6년 가량 지나야 꽃을 피울 수 있다. 또 꽃은 이른 아침에는 꽃잎을 닫고 있다가 일출과 함께 꽃잎을 펴기 시작해 오전 11시께야 제 모습을 온전히 보여준다. 오후 3시가 지나면 꽃잎을 오므린다.

복수초는 맹독을 가진 식물이며 겨울이나 이른 봄 산행을 갔다가 중독되는 사고도 가끔 일어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復讐草(복수초)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난 2012년 인기리에 방영됐던 ‘노란 복수초’는 한 여자의 처절한 복수극을 그린 드라마다. 주인공으로 열연한 이유리는 그야말로 복수의 화신으로 그려졌다.

올 한해는 복수(復讐)의 시간이 아니라 복수(福壽)의 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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