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주택·도시연구소장

문재인 정부 들어 25번째이자 변창흠 국토부장관 취임 1호 부동산대책이 발표됐다. ‘공공주도 3080+대도시권 주택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이 그것이다. 문 정부의 부동산대책 중 이번만큼 기대감이 컸던 대책도 없다. 앞선 24번의 대책이 대부분 시장을 안정시켰다기 보다 시장 혼란을 가중시켜 소위 서울 강남발 풍선효과를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풍선효과는 역외자본의 유입 등으로 부산, 울산, 경남 등의 집값까지 끌어올리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더욱이 변 장관이 인사청문회 때부터 혁신적인 공급 확대를 기정사실화 했던 터라 더욱 그 내용에 대한 궁금증이 컸다.

대통령도 지난 1월11일 신년사를 통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주거문제로서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선언하면서 그 대안으로 공급확대를 언급했기에 대책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배가 되었다. ‘2·4 대책’의 요지는 서울 32만 가구를 포함, 전국에 83만 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주된 공급 대상지는 전국의 역세권, 준공업지역이다. 각종 재개발·재건축 물량까지 포함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급하겠다는 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 대책에 이번 대책으로 늘어난 물량을 합하면 1980년대 후반 수도권 1기 신도시 개발로 공급됐던 노태우 대통령 때의 200만 가구에 버금가는 규모다. 홍남기 부총리도 언급한 ‘공급쇼크’다.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주택공급 확대로의 선회를 천명하면서 많이(공급), 빨리(인허가), 높게(용적률) 그리고 민간보다 공공주도로 추진하려는 이유는 간단하다. 부동산정책 실패에 대한 국민 반감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앞선 24번째 부동산대책의 잘못을 인정했다손 치더라도 지방입장에서도 이번 대책은 파격적이다. 더불어 공급지역이 서울·수도권에 국한되지 않고 대도시를 포함한다는 점 역시 지역 입장에 따라서는 다소 뜬금없는 타이밍이다.

문 정부 대부분의 부동산대책이 서울(강남) 중심, 규제 위주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렇기에 지방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역차별인 경우가 많았다. 더욱이 서울을 규제하면서 역외자본이 지방의 저평가 아파트로 유입되면서 지역시장, 지역 상황과는 무관한 풍선효과로 ‘가격’만 높여놓는 이변이 연출되기도 했다. 각설하고 이번 대책을 지방 입장에서 보면 다음과 같은 쟁점이 있다.

첫째, 지방 대도시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 확산이다. 발표에 따르면 국토부는 대구와 부산 등 5대 광역시에 주택 22만 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공공이 주도하는 재개발과 재건축으로 2만2000가구,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개발 4만9000가구, 공공택지 주택 5만6000가구 등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25년까지 개발 가능한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공급을 위한 큰 그림은 있지만 어디에, 얼마를, 어떻게 공급할지가 결정되지 못했다면 개발가능지로 분류될 수 있는 지역의 토지가격 상승만 부추기다가 정작 지역 수요 감소나 시장 변화 요인으로 공급되지 못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둘째, 저렴하게 많이, 빨리, 높이, 민간보다는 공공주도로 지방에도 주택을 공급한다는 정부 발표에 따라 지역의 대기 수요는 공급될 물량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나 울산처럼 최근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한 상황이라면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지역 실수요 다수가 내집 마련 시점을 공급 시점에 맞춰 늦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지역 대기 수요의 증가는 전세 수요를 자극해 추가적인 전셋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 전셋값 상승은 당연히 기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측면에서 지역 시장에 추가적인 불안 요인을 키우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서울·수도권과는 달리 지방 시장에 대한 배려를 통해 정부가 계획한 입지와 공급 방법 등에 대한 로드맵을 빨리 제시할 필요가 있다. 지역 시장은 상승할 이유가 딱히 없는 상황에서 상승한 집값과 아직 회복되지 않는 지역경제로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대학원 원장 주택·도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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