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 유산 우선 등재 대상에 선정됐다. 잠정목록에 오른 지 11년만이다. 명칭은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 대상지는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와 천전리 각석(국보 147호)을 아우르는 반구대 일대의 계곡이다. 잠정목록 등재시 명칭은 ‘울산 대곡천 암각화군’이었다. 지난해 2월 우선 등재 대상 선정에 실패하면서 명칭에 대한 논란이 있었던 탓에 대곡천이라는 낯선 지명 대신 ‘반구대 계곡’이라는 친숙한 지명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호칭으로서의 명칭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대곡천’이든 ‘반구대’든 유네스코 관계자들과 외국의 학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명칭을 선택하면 될 일이다. 이번 우선등재대상 신청에서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라고 바꾼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의 국내 일정은 2022년 7월 세계유산 등재 신청 후보 선정과 2023년 7월 최종 등재 신청 대상 선정의 두 단계가 남아 있다. 지난해 우선등재 실패 때 문화재위원회가 개별 암각화의 가치는 물론이고 두 암각화가 위치한 계곡을 아우르는 유산 개념의 도출과 탁월성 입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했다. 명칭이 상징하는 유산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해내는 일은 여전히 중요하다.

늦었지만 울산시민들의 오랜 바람인 반구대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에 한걸음 다가선 것은 참으로 다행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인류의 문화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많은 외국 학자들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보존 문제에 갇혀 오랫동안 스스로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반구대 암각화를 사연댐의 물에 잠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보존 문제에 갇혀 유산의 가치를 입증하는데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가 물에 잠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우리의 장기적 숙제이지만 그렇다고 그게 세계유산등재의 결정적 걸림돌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자연에 노출된 그 어떤 유산도 온전하게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물에 잠겼다가 나오기를 반복함으로써 훼손이 가속될 우려가 있다는 것일 뿐이므로 사연댐 수위조절을 통한 보존대책을 강구 중이라고 제시하면 될 일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사연댐 수위조절 외에 자연노출에 따른 또다른 훼손방지 대책을 찾고, 주변지역 조사를 통해 유산의 가치를 더 높일 필요가 있다, 주변 환경의 탁월성을 입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십수년전 반구대 암각화를 방문했던 외국의 저명한 한 학자가 반구대 암각화의 유산가치는 충분하다면서 다만 주변환경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했던 말이 기억나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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