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으로 차례 지내고 세배 드리고
비대면회의에 영상 수업·면접까지
코로나 ‘뉴 노멀’ 하루빨리 적응해야

▲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작년에 설 쇠러 고향에 다녀온 후로 일 년이 지나도록 고향을 찾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기 위해 귀국 후에 실시하는 14일간의 격리와 돌아온 후에 해야 하는 이곳에서의 격리 기간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이 한 달간의 휴가를 받아서 4주간을 격리에 사용하면 휴가를 즐길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말레이시아는 작년 12월부터 귀말 3일 전에 방문국가에서 유전자 증폭검사(PCR Test)를 받아 그 결과가 음성인 사람은 입국 수속 시 영문진단확인증을 제출하면 이를 인정하여 7일간의 격리만 실시하도록 변경하여 호평을 받고 있다.

유럽의 대부분 나라는 7일 또는 10일간의 격리를 강제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예방관리의 선진국이라고 자부하는 한국은 왜 아직도 14일간의 격리를 고수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생산이나 공사와 같은 일을 제외한 사무적인 일들은 격리기간 동안에도 별 불편 없이 업무를 볼 수 있고, 회의는 몇 가지 유용한 인터넷 앱을 이용하여 영상회의(Virtual meeting)로 할 수 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 재택근무 일 수가 많아지면서 비대면 회의가 대면 회의보다 보편화가 되었고, 생산이나 공사를 하는 부서를 제외하고는 재택근무로도 업무수행이 가능함이 증명되어 향후 조직과 근무방법에 큰 변화가 뒤따를 것이 예상된다.

설 명절 풍습을 이곳에 사는 중국계 화교들의 풍습과 비교해보면 몇 가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서는 음력 정월 초하루를 ‘Chinese New Year(중국 설)’라고 부르지만 중국 사람들은 ‘춘절(春節)’이라고 부른다. 계절도 없는 이곳에서 옛날의 풍속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니 민족문화가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우리와 동일한 풍습은 온 가족이 큰 집에 함께 모여 이날을 기리는 것인데, 화교들은 음력 섣달 그믐날 함께 모여 원탁에 둘러 앉아 좋은 음식을 차려놓고 식사를 하면서 가족애를 즐긴다. 자정이 되면 폭죽을 터뜨리며 악귀를 쫓아내고 복을 부른다. 요즘은 폭죽 대신 불꽃놀이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고 명절 기간 중에 계속된다. 우리와 다른 풍속인 폭죽 터뜨리기는 단오나 중추절, 결혼식날 등에도 즐긴다.

설날 우리는 떡국을 먹지만, 이들은 물만두를 빚어 먹는다. 세배도하고 세뱃돈도 나누어 준다. 우리는 흰 봉투를 사용하지만 이들은 붉은 색 봉투를 사용한다. 대문에는 복(福)자를 붙이는데 거꾸로 붙여놓는다. 이유는 복이 하늘에서 내려오기 때문이란다. 중국 사람들이 제일 선호하는 색깔은 빨간색이다. 춘절에는 태어난 해(동물의 띠)의 액운을 쫓아내기 위해 붉은 속옷을 입기도 한단다. 우리가 우리의 풍속을 기리듯이 민족마다 다른 풍습은 존중되어야 된다.

여기도 우리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을 방지하기 위해 거주지에서 반경 10㎞ 외의 이동을 엄격히 통제하여 고향을 가지 못하게 했다. 대부분의 아파트들도 외부인의 출입을 아예 허락하지 않고 있다. 친지들이 모이지 못하는 것이다. ‘뭉치면 죽고 헤어지면 산다’는 농담 아닌 말이 유행하고 있듯이, 그야말로 지난 한해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뉴 노멀(New Normal)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영상으로 차례를 모시고, 세배를 드리고, 병문안을 하는 설날이 되었고, 영상으로 강의를 하고 또 수업을 받고, 신입사원 면접도 하고, 업무회의를 하는 비대면 생활 영역이 넓어져가는 시대가 되고 있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전까지는 변화되는 사회에 적극 적응하여 생활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는가. 서태일 말레이시아 알루미늄(주) 공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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