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동에서 들꽃학습원을 지나 경주 외동으로 이어지는 잘 포장된 길을 따라가면 척과와 구룡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만난다. 오른쪽 오르막 입구에 주유소가 있어 초행이라도 찾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왼쪽의 척과로 가는 길로 접어들면 범서농협 척과지소와 농협창고, 척과새마을회관, 척과초등학교, 척과교회 등이 차례로 반긴다. 교회에서 200여m 더 올라가면 반용마을을 알리는 안내판을 만날 수 있다. 반용못과 비홍산방까지 잘 지은 집들이 양지바른 곳에 나지막이 자리를 잡고 있어 평화로움을 안겨준다.

 마을 길을 사이에 두고 멀리 산자락 아래까지 과수원이 넓게 자리잡고 있어 마을 이름이 왜 척과(尺果)인가를 알려준다. 높은 산과 따스한 햇볕으로 과실이 풍부하고 맛이 유난히 좋은 곳이라는 게 주민들의 이야기다. 예전에는 밤나무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단감나무로 바뀌었다. 그리고 울산에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한 사과과수원 몇 집도 이 곳에 있다.

 척과리는 척과(尺果)와 반용(盤龍) 두개의 마을로 구성돼 있다. 예전에는 그저 척과라고 불렀으나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구분됐다. 척과교회를 중심으로 아래마을은 척과, 윗마을이 반용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구분없이 그저 척과라 부른다.

 척과와 반용은 고령박씨들이 예부터 많이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고령박씨 가운데 척과리에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은 우윤공(右尹公) 박상빈(朴尙彬)의 후손들로 고령박씨(高靈朴氏) 우윤공파(右尹公派)로 불린다. 우윤공의 부친은 훈련원정을 지낸 진남(震男), 조부는 통훈대부 수영(壽永)으로 부자 모두 임란공신이다.

 우윤공은 어릴 때 외할머니의 등에 업혀 경북 청도에서 울산으로 옮겨와 지금의 북구 지당(池塘)에 터를 잡았다. 상빈 할아버지는 우윤공파의 파조이자 울산의 입향조가 된다. 다운동에서 서사로 나가기 직전 도로가 좁아지는 왼쪽 갓골의 재실 자열당(慈悅堂)에 모셔져 있다. 자열당 인근에 입향조 후손들이 입향조의 외할아버지(한양 조홍업·漢陽 趙弘業)의 묘소를 중구 우정동에서 옮겨 모셨다. 입향조 외할아버지가 입향조 후손들에게 오늘날까지 많은 재물을 남겨 큰 덕을 입고 있다고 종친회 박좌열(朴佐烈) 회장이 전했다.

 척과에 고령박씨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 때는 300여년전으로 시재(始栽) 할아버지가 지당에서 이곳으로 옮겨오면서 부터다.

 고령박씨 25세손인 시재 할아버지가 척과의 입향조가 되는 셈이다. 시재 할아버지는 우윤공의 고손자이다. 또한 30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추모계가 이어져 오는 일한헌(一閑軒) 민덕(敏德) 할아버지의 손자가 된다.

 시재 할아버지의 6세손 경희(79)씨는 "30여년 전만하더라도 척과와 반용에 고령박씨들이 100여집이나 있었지만 지금은 30여집만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항열인 주열는 "반용의 2개 반 가운데 한 반의 반상회에 가면 이제는 절반 이상이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라 전원주택지로 각광을 받는 곳이 이 곳"이라고 덧붙였다.

 후학들에 대한 많은 지도로 추앙받고 있는 일한헌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척과에 자리를 잡은 지 10세손에 이르고 있는 후손들이 학계 등에 많은 활약을 하고 있다.

 민선 1~3대 울산교육감을 지내다 작고한 박성렬 전교육감, 박재선, 박정호, 박재홍 전교장을 비롯해 박재영 교장과 박재원 국사편찬위원회 편사관, 박성열 작가 등이 우윤공파에 속한다. 또 박재걸 부산대 교수, 박조열 부산대 의대학장, 박재욱 정치학박사, 박재민 공학박사가 후학들을 가르치고 있다. 박재윤 부산대 총장이 지당출신으로 우윤공파의 일원이다.

 이와 함께 박재언 동진석유(주) 대표이사이자 한국석유유통 서울·인천·경기도지회장, 박재철 광주맥주판매(주) 대표이사, 울산건축사협회장을 지낸 박재욱 성림건축대표, 박재수(주)부산신신펌프 대표이사, 울산체조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재줄 경남유통 대표이사, 박재춘 동우해운 상임이사 등은 재계에서 활동하는 대표적 문중들이다.

 또 작고한 박규열 전 조병창장, 제2대 범서면의원을 지낸 박인옥 전의원 등도 반용마을 출신이며, 북구 농소 신천에 보한당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박종흠 원장은 척과출신이다. 박성흠 병영농협조합장, 박재원 신라보존회장도 우윤공파 사람들이다. 서찬수기자 sgij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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