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없이 치열했던 20대 울산상공회의소 회장 선거가 끝났다. 17일 투표 결과 이윤철 금양산업개발 대표가 회장에 선출됐다. 합의추대를 미덕으로 여기던 관행을 벗어나 3명의 후보가 나서 선거를 치른 것도 극히 이례적인데다 선거권을 갖는 의원선거에서부터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이 빚어졌던 만큼 후유증이 걱정이다.

당선자 이윤철 대표는 50표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3위를 한 최해상 대덕기공 대표는 15표에 그쳤으나, 박도문 대원그룹 회장은 46표를 얻어 겨우 4표 차이로 패했다. 1표는 무효처리 됐다. 선거 결과만 두고 보면 당선자의 지지율은 유권자 112명의 절반에도 못미쳤다. 선거과정에서 빚어졌던 반목(反目)과 갈등 해소가 앞으로 3년간 상공회의소를 이끌어가야 할 당선자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 된 셈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주목을 끌었던 것이 상의 조직의 변화 여부였다. 이 차기 회장이 현재 상의 체제를 고수하기로 한 반면 낙선한 2명의 후보는 변화를 외쳤다. 이날 발표된 부회장단을 보면 알려졌던 대로 이 회장의 의중이 그대로 반영됐다. 하지만 투표결과를 보면 변화를 외친 2명의 후보가 얻은 표가 더 많다. 인적 쇄신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업과 구조개선 등을 통해 낙선한 2명을 선택한 회원들을 다독여줄 수 있어야 한다.

어려운 시기다. 울산의 기업들이 패러다임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있는데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위축까지 겹쳐 터널의 끝이 안 보인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3대 주력산업 중심에서 벗어나 산업다각화가 전개되면서 상공회의소의 역할이 점점 중시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오는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이윤철 차기 회장도 당선소감에서 “주력산업의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울산경제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있다”면서 규제완화와 재정·행정 지원, 경영 애로 해결, 네트워크 구축 등을 약속했다.

상공회의소는 회원들의 이익을 위한 단체이긴 하지만 울산이 코로나19의 위기를 무사히 넘기고 한 단계 도약하는데 있어 중요한 한 축임을 부인할 수 없다. 상공회의소 회원들의 화합도 그만큼 중요하다. 차기회장이 상공계 대표단체의 수장으로서 주어진 역할을 다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선거로 인해 갈라진 2700여 회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 다음 지역 정치·행정과의 협력, 지역민들과 공감대 형성이다. 무슨 일이든 그 시작은 가장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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