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봉우리 완등땐 은메달 증정 이벤트
연초부터 인증샷찍는 등산객들 줄이어
영남알프스 산악관광산업 가능성 엿봐

▲ 신형욱 사회부장

지난 설 연휴 본보 인터넷판에 실린 사진 두장이 눈에 확 들어왔다. 무척이나 반가웠다. 영남알프스 천황산을 오른 등산객들이 인증샷을 찍기위해 줄지어 선 모습이다. 산 오르는 것을 그다지 즐겨하지 않는 본보 논설실장이 직접 촬영한 장면이어서 더 반갑다.

기자는 등산을 좋아하고 즐긴다. 전국의 산을 오르면서 부러운게 있었다. 한 업체의 이벤트인 100대 명산 탐방 프로그램의 인증샷을 위해 등산객들이 줄지어 선 모습이다. 본보 인터넷판에 실린 사진 모습과 흡사하다.

해발 1000m 이상 고산준봉이 즐비한 영남알프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장면이다. 아니 있기는 하다. 가을 간월재는 전국적 억새 명소여서 남녀노소 없이 많은 인파가 몰린다. 하지만 한철이다.

영남알프스는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 재약산, 천황산,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고헌산, 운문산, 문복산 등 9개의 봉우리를 중심으로 능동산, 배내봉 등 예사롭지 않은 산군들이 산맥처럼 펼쳐져 붙여진 별칭이다. ‘영알’로 부르는 산악인들에겐 명소다.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이 ‘기가막힌 자연의 보고’라고 칭찬할 정도로 풍광과 주변의 콘텐츠도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높이의 위세에 눌려 지레 겁을 먹고 방문하기를 주저한다. 그런데 올해는 연초부터 인파가 북적인다. 체감 영하 20℃에 육박한 강추위와 강풍, 한치 앞을 분간하기 힘든 짙은 안개, 눈 쌓여 미끄럽거나 얼어붙은 땅이 녹아 질펀해진 등산로에도 어렵지 않게 등산객을 만날 수 있었다. 울주군의 영남알프스 완등 인증 프로그램 덕분이다.

9개 봉우리 정상에서 찍은 인증 사진을 제출하면 기념메달과 인증서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한해 이 인증서를 받은 사람이 1만653명에 달한다. 완등 참여자는 2만1867명에 이른다. 70%가 울산 외 지역민이다.

올해는 연초임에도 이 수치를 이미 가볍게 넘어섰다. 17일 기준 참여자가 3만847명에 달했고, 완등완료 신청자도 2777명이나 된다. 울주군이 올해부터 한해동안 영남알프스의 9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사람들에게 은메달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 대박을 쳤다. 9년간 연속 9봉 완등을 하면 해마다 각기 다른 산이 새겨진 은메달을 주고, 10년째 되는 해 완등자에게는 금메달을 준다. 산 애호가들에겐 ‘도랑 치고 가재 잡고’다.

영남알프스는 별칭에 걸맞지 않게 인지도가 떨어졌던게 사실이다. 산 오르기를 좋아하는 등산객들만 찾는 산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소소한 아이디어가 전국의 산 애호가, 아니 등산을 즐겨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끌어당기고 있다. 30년 가까운 시간, 갈등과 논란 속에 근근이 연명했던 영남알프스 산악관광산업의 가능성을 본 듯해 무엇보다 반갑다. 울산시와 울주군은 지난 1996년부터 영남알프스 산악관광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더디기만 했다. 기관간 불협화음과 환경단체의 반발 등이 번번이 발목을 잡았다. 지역경제 활성화란 의도와 달리 천덕꾸러기 신세였다.

이번 기회를 살려야 하는 이유다. 관광산업이 지역 부 창출로 연결되기 위해선 체류형 관광객 유치가 중요하다. 일단 산악인 등 관광객들의 관심을 끌어내는데는 성공했다. 완등 프로그램이 10년 계획인만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보완할 시간도 벌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변 상인들의 기대감도 크다. 시민들에겐 지역사랑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영남알프스의 매력을 느낀 사람들이 보고, 즐기고, 느낄 수 있는 콘텐츠 보완을 서두르자. 산악관광산업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무에서 유의 관광산업을 창출하는 창조적인 작업을 한다는 의지가 필요하다. 참신한 아이디어 하나가 만들어낸 변화의 물결이 파도를 일으킬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더 이상 관광의 보고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기자도 10년 후 영남알프스 10년 완등 금메달을 걸고 달라진 울산 산악관광의 참현장을 볼 수 있기를 고대한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