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문화로 자리잡은 가짜뉴스
시민 대상 교육·지원 확대 늘려
미디어 평가·활용 능력 키워야

▲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문학박사

‘가짜뉴스’가 심각한 사회문제라는데 다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속이려는 의도가 분명한 뉴스, 풍자나 패러디, 선동, 네거티브 광고 등을 워낙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 확장이나 단순한 돈벌이 목적으로 거짓을 왜곡·날조하여 사실로 믿게 만들려는 일의 범람이 더 큰 문제다. 그러한 환경에서 시민들은 부지불식간에 가짜뉴스의 피해자이면서 가해자가 된다.

지난 2월4일 최강욱 의원이 ‘가짜뉴스 징벌적 손해배상법안’을 대표 발의하고, 9일 민주당도 가짜뉴스의 피해자 구제를 골자로 “미디어 민생법이자 국민의 권리와 명예, 사회의 안정과 신뢰를 보호하는” 입법을 공식화했다. 한 보수언론은 민주당의 입장에 대해 “정권 말에 강해지고 있는 언론의 권력 감시를 막아보겠다는 노림수”라고 직격했다. 가짜뉴스의 실상이 반영된 액션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론 ‘규제’로 보이거나 ‘탄압’으로 비치든, 법적 장치는 말 그대로 ‘최소한의 장치’일 뿐이다. 가짜뉴스가 단순치 않은 것은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에 대한 호소나 개인적 믿음”이 여론형성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는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속성에서 기인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짜뉴스는 이미 일종의 시대적 문화로서 자리 잡고 있다는 말이다. 보다 근본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미디어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은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대응방향이다. 이른바 ‘지식정보화사회’에서 비판적 창의적 사고, 자료와 정보의 활용, 의사소통 능력은 시민에게 필요한 기본적이고 중요한 덕목이다. 더구나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업의 확대로 정보통신기술의 습득과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더욱 중시되고 있다. 미디어를 평가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우리 시대의 필수적 요건인 셈이다.

사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아직은 내용적 질적 한계가 있지만 2017년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학년제)가 도입된 이래로 확대 실시되고 있다. 그리고 관련 공공기관에서도 교육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울산의 경우, ‘울산시청자미디어센터’가 주로 기능적 차원의 교육을 학교와 시민에게 제공하고 있다.

향후 이러한 교육과 지원은 특히 시민을 대상으로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그 내용 또한 시대적 요구와 가짜뉴스 상황에 맞춰 SNS와 온라인에서 동영상 플랫폼의 사용, 콘텐츠의 신뢰도와 공정성 판단, 다양한 정치 사회적 의견에 대한 의견 개진, 대안적 콘텐츠 제작 등의 역량을 담보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가짜뉴스를 걸러낼 ‘비판적’ 능력의 제고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가짜와 진짜가 뒤섞여 유통되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 환경에서 ‘무엇이 가짜인지’ 구별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관심을 모았던 ‘팩트 체크’ 유행은 일회적이며 형식 비판에 머물 수밖에 없다. 물론 ‘찌라시’, 편파적 기사, 낚시성 기사, 반복 게재, 미확인 기사, 오보, 조작된 콘텐츠 등은 팩트 체크만으로 어느 정도 진위를 가려낼 수 있다.그러나 사실 자체도 문제지만 사실과 거짓이 ‘그릇된’ 해석과 혼합되어 있는 복잡한 콘텐츠의 ‘내용 비판’에서 거짓과 진실을 판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소프트웨어의 사용과 콘텐츠의 생산 및 유통을 위한 ‘기술적인’ 내용만이 아니라, ‘문화도시울산’의 시민에게 걸맞은 비판적 판단력을 고양하는 ‘인문적 소양’과 연계된 혼합형이어야 하는 이유다.

누구나 자신의 정치적 상황이나 신념을 반영한 미디어나 플랫폼에 끌리고 확증편향성이 강한 이용자일수록 가짜뉴스를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어떤 목적에서든 기술과 정보와 지식을 이용하여 ‘진실의 문을 가로막아 자신도 남도 들어가지 못하게’ 만드는 짓은 삼가자.

김정배 (사)문화도시울산포럼 이사장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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