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계유산과 ‘탁월한 보편적 가치’
반구대암각화 발견 50주년\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 17일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 전망대에서 전날 대곡천 암각화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는 현장 브리핑에 앞서 암각화를 배경으로 참석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경우기자

등재신청서 핵심·평가 이뤄지는 OUV
선사시대 이래 신라시대 수천 년 동안
삶의 궤적 기록한 반구대와 주변 계곡
‘사라진 문화적 전통·문명 독보적 증거’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오른 암각화
‘등재 신청후보·신청대상’ 관문만 남아
정치·학술팀·시민단체 다시 힘모으고
계곡 의미 잘 드러내는 깊은 연구 필요

지난 주 울주 반구대 암각화가 포함된 ‘대곡천 암각화군’이 세계유산의 전초전인 유네스코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에 올랐다. 반구대암각화 발견 50주년을 기념해 이번 연재를 시작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울산시민들에게 희소식이 날아 든 것이다. 하지만 세계유산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등재신청후보’와 ‘등재신청대상’이라는 다음 관문이 기다린다. 새로운 과제에 대비하기 위해 행정과 정치, 학술팀과 시민단체가 다시 힘을 모아야 할 때다. 이번 회에는 그 출발선에서, 반구대 암각화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다시 들여다 보고자 한다. 시민들은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전문가 못지않게 학술적·기술적 견해를 내놓는 시민들이 적지 않지만, ‘바위에 그려진 선사인의 고래그림’ 정도로만 이해하는 이들 역시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우선등재목록’ 선정의 의미를 돌아보는 의미에서 이번 회에는 ‘반구대 암각화가 지닌 세계유산적 가치’를 좀더 알기쉽게 풀어보고자 한다.

◇세계유산 평가기준의 핵심 ‘OUV’

하나의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기 위해서는 유산이 위치한 개별 국가에 머물지 않고 인류 전체에 있어 소중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세계유산 운영지침에서는 유산의 탁월한 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준으로 10가지 가치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 1번(i)에서 6번(vi)까지는 반구대 암각화가 속해있는 세계유산 문화유산과 연관된다. 7번(vii)에서 10번(x)까지는 자연유산과 관련한 등재기준이다. 해당 유산이 세계유산이 되려면 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고, 이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주체가 세계를 대상으로 그 가치를 설명하고 인정받아야 하는 것이다. 10개의 등재기준 중 최소 하나를 충족하는 동시에 ‘완전성과 진정성’ 조건, ‘보호관리 요건’까지 갖추어야 비로소 세계유산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OUV)는 무엇일까.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정의는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며, 현재와 미래세대의 전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중요한 문화 또는 자연적 중요성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유산의 영구적인 보호는 국제사회 전체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유산이 다음 기준을 하나 이상 충족시킬 경우 해당 유산에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i)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에 해당해야 한다.

(ii) 일정한 시기 또는 세계의 일정한 문화권 내에서 건축이나 기술, 기념비적인 예술, 도시 계획이나 조경 디자인의 발전에 있어 인류 가치의 중요한 교환을 보여줘야 한다.

(iii)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여야 한다.

(iv)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유형,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혹은 경관의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

(v) 하나의(또는 여러) 문화 혹은 특히 되돌릴 수 없는 변화의 영향으로 취약해진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대표하는 인간의 전통적 정주지, 토지 이용 또는 바다 이용의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

(vi) 탁월한 보편적 중요성이 있는 사건이나 살아있는 전통, 사상이나 신앙, 예술, 그리고 문학 작품과 직접 또는 유형적으로 연관돼야 한다.(위원회는 이 기준은 다른 기준들과 함께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등재 신청서의 핵심이자 평가가 이뤄지는 부분이다. 또한 유산이 세계유산목록에 등재돼야 하는 근거이자 유산의 보호, 보존, 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하는 사항이다.

◇반구대계곡 암각화가 지닌 ‘OUV’

울산시와 문화재청이 문화재위원회(세계유산분과)에 제출했던 신청서에 따르면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세계유산 등재기준 6가지 가운데 3번(iii)에 해당한다.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여야 한다’는 기준에 반구대 암각화가 속한다는 것이다.

신청유산은 바위에 새겨진 그림과 일대 환경으로 ‘대곡리 암각화’와 ‘천전리 암각화’ 그리고 이를 아우르는 ‘계곡 일대’를 모두 포함한다. 신청유산에서 환경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는 하나의 요인으로 그림과 분리해서 볼 수 없으며 복합적으로 어우러졌을 때 유산이 갖는 가치를 더욱 드러낼 수 있다.

반구대 계곡 일대는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 시대까지 이어지는 수천 년 동안 그림이 새겨져 왔다. 신청유산에는 신석기시대 단단한 돌을 이용해 동물 그림과 이를 사냥하는 장면을 묘사한 그림들이 사실적으로 새겨져 있으며, 대곡리 암각화에서 천전리 암각화 왼쪽 부분까지 연속적으로 새겨져 있다.

그리고 천전리 암각화 상부에는 돌을 이용해 새긴 청동기시대 기하학적 그림이, 하부에는 금속 도구를 이용해 새긴 신라 시대 세선화와 명문이 남아 있다. 그림과 문자들은 수천 년 동안 이어져 제작됐으며, 대부분 중첩되지 않고 기존의 그림을 피해 새겨졌다. 반구대 계곡 일대를 ‘오래된 계곡(古谷)’ ‘글을 새긴 계곡(書石谷)’ 이라 칭한 북쪽 암면의 신라 시대 문자를 통해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는 예전부터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이를 통해 수천 년의 시간동안 기존의 그림들은 존중됐으며, 이 지역이 하나의 연속된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돼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에는 다양한 시대의 그림이 공존하는 유산으로 다양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이 가운데 선사시대 포경활동의 가장 이른 시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산으로 고래사냥의 전 과정과 이를 상징적 공간에 남김으로서 포경활동의 인류사적 가치를 중심으로 신청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포경활동은 공동체의 협업을 기반으로 이뤄지며, 도구 제작 및 사냥 방법 등에 있어 일련의 발달된 기술이 전제돼야 하는 것으로 신석기 시대의 해양어로문화에 있어 정점으로 볼 수 있다.

국·내외 유산과의 비교분석 결과 신청유산은 신석기시대 포경활동에 있어 탐색, 사냥, 인냥, 해체의 전 과정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담고 있는 유산으로 가장 이른 시기의 모습을 보여주는 탁월한 유산이자 독보적인 증거로서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 앞으로의 과제는

반구대 계곡의 암각화에는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 시대까지 아우르는 긴 시간동안 새겨진 다양한 문화적, 역사적 가치들이 담겨있다. 특히 포경활동이 가지는 인류사적 가치에 집중해야 한다. 앞으로는 천전리 암각화가 가지는 유산의 가치와 함께 계곡이 가지는 의미를 좀 더 명확히 드러낼 수 있는 심도있는 연구와 세계의 암각화 유적과의 비교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도움말=김경진 울산암각화박물관장

참조=문화재청 홈페이지 행정정보(문화재위원회 회의록공개)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