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권한에 대한 중대한 변화의 기로
공정성 바탕 균형감각으로 신뢰 회복
업무관행·조직문화 다시한번 점검을

▲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항해하는 선박에게 평형을 유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밸러스트 탱크에 평형수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으면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복원력이 생길 수 없어 치명적이다. 물리적인 평형 유지는 위기 상황에서 전복을 막고 안전한 항해를 보장한다. 사람에게 있어 평형의 유지는 균형감각에 달려 있다. 공사를 불문하고 권한 행사에서 균형감각을 가지는 일은 신뢰감을 높여 준다. 균형감각을 잃으면 사리분별이 제대로 안되어 바르지 못한 판단과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의 덕목으로 열정, 책임감과 함께 균형감각을 말한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내적 집중과 평정 속에 현실을 관조할 수 있는 능력, 즉 사물과 사람에 대해 거리를 둘 수 있는 정신적 자기 통제력을 균형감각이라고 하였다. 자기 통제력의 상실은 무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면서 자기 통제력이야말로 비창조적 흥분에 빠져 있는 정치 아마추어들로부터 구분되는 자질로 보았다.

현재 검찰의 권한을 분산시켜 수사기관간에 상호 견제하도록 한다는 취지로 검찰개혁이 진행되고 있다. 공수처, 경찰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청 등등. 검찰권이 무소불위로 행사되어 절제되지 못하고 있으므로 제도적으로 통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다. 그 동안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검찰권이 행사되었는지, 형평성있게 사건이 처리되었는지에 대한 평가는 보는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검찰의 업무 관행과 조직 내부의 문화가 어떠하였으며 국민의 눈에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균형감각은 조직원의 평가에서도 주목된다. 기관이나 조직에 대한 인상과 신뢰는 개개 조직원들의 업무처리 자세와 행동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검사에 대한 평가자료로서 복무상황표가 작성되는데 근무기간 동안 해당 부서에서의 업무실적과 함께 업무 능력과 자질, 세평 및 개인적 사항 등에 대해 이루어진다. 적극성 능동성 추진력 정의감이 있는지, 공정성과 청렴성을 유지하는지, 사건처리에 있어 균형감각을 갖고 임하는지 등이다. 균형감각은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가 있다. 균형감각은 정의감 못지 않게 중요하다.

권한 남용이라는 비난이나 무소불위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는 권한 행사에 겸손함과 절제가 보여져야 한다. 부정과 불의를 파헤쳐 범죄를 단죄하는 과정에는 외부의 입김이 개입하기도 하고 공명심이나 목표 달성의 강박이 작용하는 경우도 있어 자칫 과도한 권한 행사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다. 정의감과 균형감각이 충돌하는 경우도 생긴다. 사실을 규명하고 불의를 척결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절차 위반을 무시해 버리는 유혹이 생길 수 있다.

진실을 밝히는 역동적인 수사 현실에서는 늘 적법절차의 준수나 절차적 정의가 강조된다. ‘열 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법언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사사로운 감정에 사로잡히지 않는 불편부당한 자세, 가치중립성을 지키고 객관성을 유지하는 마음가짐,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고 사건을 처리하는 것 등이 균형감각이다. 선입견이 배제되어야 하고 공명심에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균형감각은 공정성의 바탕이고 정의와도 직결된다.

균형감각은 개인적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직관에 의해 만들어지기 어렵고 지속적 경험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다. 지도와 조언, 절제하는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의 정착, 품격을 연마하는 훈련과 노력에 의해 향상된다. 검찰의 제도적 권한에 대한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서 균형감각은 신뢰감을 회복하는 덕목이다. 균형감각의 실천은 제도적 복원력을 가져다 줄 수도 있을 것이다.

박기준 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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