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울산의 아파트 투기붐이 심각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등재된 전국 85만5247건의 아파트 매매를 전수 분석했더니 지난해 울산에서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가 취소한 아파트의 신고가(新高價)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고가는 과거에 없던 높은 수준의 가격을 말한다. 지난해 울산에서 거래된 매매(2만3419건) 중 6.2%인 1452건이 등록취소됐는데, 취소건수 중 52.5%인 763건이 당시 최고가로 등록됐다. 서울(50.7%), 인천(46.3%), 제주(42.1%)가 뒤를 이었다.

신고가로 거래를 한 다음 취소하는 것은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 위한 전략이다. 아파트는 표준화돼 있어 한 건만 최고가로 거래돼도 같은 평형대의 아파트 가격에 바로 영향을 미치므로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 위해 조직적인 허위 신고를 하는 것이다. 울주군 두동면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3월3일에 16건이 매매등록됐는데, 그 중 11건이 최고가로 신고됐다가 같은달 25일 일괄 취소됐다. 그 후 다시 18건의 거래가 이뤄졌는데, 15건이 신고가로 등재됐다. 동구 화정동의 한 아파트는 지난해 무려 215건의 거래가 일어났는데, 3건 중 1건이 신고가 거래였다. 이 아파트는 1년만에 2억원이 올랐다. 결국 신고가 거래가 아파트 가격 엄청난 인상을 불러온 것이다. 허위신고로 가격거품을 만들었는지 반드시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

물론 취소된 모든 거래가 ‘실거래가 띄우기’를 위한 허위 신고라고 하기는 어렵다. 서울과 부산 등지의 규제로 인해 외지인들이 울산으로 몰려들면서 실질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신고가를 기록한 경우도 많다. 매수인이 아닌 매도인이 계약취소를 요구한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미뤄보더라도 며칠 사이에 위약금보다 더 높은 가격 인상이 이뤄졌던 것이 사실이다. 남구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자고 일어나니 몇천만원이 올라 있더라’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울산지역 내에서는 아파트 가격 상승이 가장 두드러진 남구가 거래취소 비율도 57%로 가장 높았다.

문제는 이 처럼 법적인 하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투기붐은 주택시장을 왜곡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에는 거주를 목적으로 하는 실수요자들에게 직접적인 피해가 갈 수 밖에 없다. 울산지역의 부동산 투기붐은 현재진행형이다. 정확한 거래정보를 즉각적으로 열람할 수 있게 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이 가능한 창구를 마련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부동산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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