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여건 악화·인구감소 심각한 남구
도시의 미래는 단체장의 비전에 달려
개성있는 도시성 찾아낼 후보는 누구

▲ 정명숙 논설실장

남구는 울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기초자치단체다. 2021년 1월 현재 울산시 인구는 113만5000여명이고, 이 가운데 남구가 31만9000여명으로 가장 많다. 울주군이 22만3000여명, 북구가 21만9000여명, 중구가 21만7000여명, 동구가 15만7000여명이다. 인구가 가장 적은 동구에 비해 2배나 많은 시민이 남구에 살고 있다. 역사와 전통은 중·동구와 울주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지만 명실상부 울산의 중심이라 할 수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남구의 인구가 가장 많았던 시점은 2014년(34만7759명)이다. 35만명의 턱밑에서 하향곡선을 긋기 시작했다. 지난 6년여동안 2만7979명이 줄어 2021년 1월 현재 31만9780명이 됐다. 조선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동구지역이 인구가 가장 많았던 2013년(17만8468명)에 비해 2만1872명이 줄어든 것 보다 더 많이 감소했다.

남구는 공단과 상권이 집중돼 있다. 경기진작과 상권활성화 정책이 미흡했던 것이 인구유출의 중요한 이유다. 하지만 인구 유입을 불러일으킬만한 정주여건이 조성되지 않으면 경기 침체에 따른 인구유출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지역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울산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기초단체라는 사실만 믿고 도시의 새로운 매력 창출에 소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일이다.

남구는 2002년 울산대공원 조성, 2007년 선암호수공원 개장, 2009년 솔마루길 개장 등으로 가파르게 정주여건이 좋아졌다. 그 뒤로는 정체기다. 10여년 가까이 남구가 주력한 것은 ‘고래’와 ‘장생포’다. 2005년 고래박물관 건립으로 시작된 장생포의 ‘고래’는 고래생태체험관, 고래문화마을, 고래바다여행선, 고래문화특구 지정 등으로 크게 확대됐고, 이어 장생포웰리키즈랜드까지 더해졌다. 장생포에 있는 빈 냉동창고를 매입해 예술공간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4대에 걸쳐 구청장들이 고래와 장생포에 행정력을 집중해왔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하나 성공적이라 하기 어렵다. 여전히 ‘고래도시’로서의 근본적인 한계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10여년간 정주여건을 향상시킨, 손에 꼽을 만한 또다른 정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오는 4월7일 울산 남구청장 재선거를 치른다. 남은 임기는 겨우 1년2개월여다. 이번 임기내 새 구청장에 의한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새 구청장은 내년 6월 치르는 제8회 지방선거에서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는만큼 사실상 5년 임기의 구청장을 뽑는 선거나 다름없다. 그 어느 선거보다 후보자의 안목과 공약을 더 눈여겨봐야만 하는 이유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석겸 전 울산 남구청장 권한대행, 박영욱 시당 홍보소통위원장, 이미영 울산시의원 3명이 공천경쟁을 벌이고 있다. 3월 초 공천 후보자가 결정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단독신청한 서동욱 전 구청장의 공천이 확실시되고 있다. 진보당의 김진석 전 남구의원은 시민·사회·노동단체 모임인 시민공동행동 후보로 뛰고 있다. 이대로 가면 3파전이다.

지방자치시대 도시의 미래는 단체장의 비전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체장이 얼마나 훌륭한 상상력과 직감력, 통찰력으로 장기적 미래의 전망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곧 주민들에게는 삶의 질이고 정주여건이다. 특히 이번 선거는 남구가 나아가야 할 장기적 비전 제시가 중요하다. 많은 공약을 내놓는 것이 오히려 무모하리만큼 임기가 짧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공약이라 해도 실행할 시간과 예산이 없다. 어떤 비전을 가졌는지를 제시하고, 그 비전에 따라 성실하게 디딤돌을 놓는 정도의 공약이면 충분하다.

성장정체기의 남구, 위기는 기회다. 그동안 도시확장에 따라 저절로 성장해왔다면 이제 정체성(identity)을 정립하고 세계적인 도시들과 견줄만한 개성있는 도시성(urbanity)을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이번 재선거에서 도시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있는 구청장을 선출하는 것이 바로 그 시작이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