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물가정보 품목별 가격조사

▲ 정월대보름을 앞둔 23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시민이 부럼과 땅콩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이마트는 정월대보름인 오는 26일까지 땅콩, 호두, 찹쌀, 서리태, 팥 등 총 33개 오곡·부럼 상품을 최대 28% 할인 판매한다. 연합뉴스

오곡밥과 나물을 무치고, 호두와 밤, 땅콩 등을 깨물어 먹는 고유의 명절 정월대보름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지역 내 시장에서는 정월대보름 특수를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난해 곡물의 생육 환경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적어지면서 올해는 밤과 땅콩, 호두 등 주요 부럼 가격이 배 가까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곡물 생육환경 악화 생산량 감소
전년比 수수 80%·잣 77.3% 급등
4인 기준 보름식자재 15만4천원
작년 동기보다 50.6%나 올라
빵·햄버거·즉석밥 인상에 이어
라면·우유·치킨도 인상 움직임

◇정월대보름 장바구니 가격 전년대비 50.6%↑

23일 찾은 남구 신정시장. 연일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장을 찾는 손님은 조금 늘었지만, 정월대보름과 관련된 나물, 견과류 판매는 지지부진했다. 60대 이상 중장년층이 나물과 견과류, 잡곡 가격을 물어보긴 하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호두, 땅콩, 잣 등 각종 부럼용 견과류를 가지고 나온 정씨는 “예전에는 호두, 땅콩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팔았는데 요즘엔 가져다 놓아도 소량씩만 사간다. 올해는 가격까지 올라서 더 망설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월대보름에 먹는 부럼, 오곡 등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5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조사기관인 한국물가정보는 정월대보름 관련 주요 품목 10개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에서 모든 품목을 구매할 때 드는 비용(4인 기준)은 15만4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50.6% 증가했다고 23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오곡밥 재료 5개(찹쌀, 수수, 차조, 붉은팥, 검정콩)와 부럼 재료 5개(잣, 밤, 호두, 은행, 땅콩)다. 전통시장 기준 수수(750g) 가격은 9000원으로 지난해보다 80%, 잣(600g)은 7만8000원으로 77.3% 올랐다. 한국물가정보는 “지난해와 비교해 모든 품목이 올랐다. 특히 오곡밥 재료 가운데 수수가, 부럼 재료 중에서는 잣이 가장 많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가격까지 오르면서 서민밥상 위협

곡물 가격 상승으로 빵, 햄버거, 즉석밥 등 주요 가공식품의 가격까지 줄줄이 오르고 있다. 미국의 역대급 한파,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장기화 등으로 먹거리 추가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한국맥도날드는 25일부터 버거 등 30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8% 올리기로 했다. 앞서 롯데리아는 가격을 1.5% 인상했다.

이번 주에는 CJ제일제당이 즉석밥 가격을 6~7% 올린다. 라면값 인상도 거론된다. 주재료인 밀과 팜유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또 8월부터는 우유 원유 가격도 오른다. 원유 가격은 ℓ당 1034원에서 1055원으로 21원(2.3%)이 오를 예정이다. 계란도 여전히 비싼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치킨 값도 불안하다. 치킨 조리에 사용하는 닭고기가 3개월 전보다 16.2% 올랐으나 치킨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본사 부담으로 치킨 가격 상승을 막고 있는 상태다.

또 지난해 말 불어닥친 한파로 대파와 양파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에 따르면 대파 1단이 1년전(2114원)보다 두 배 넘게 오른 5545원을 기록했다. 양파 한 망은 같은기간 3134원에서 4369원으로 28.5% 올랐다. 다행히 대파와 양파 가격은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경제연구원 대파 가격전망 보고서에서 “가격 상승 기대 때문에 산지에서 생산이 활발해지고 수입량도 늘고 있다. 대파 가격은 곧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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